왕성하던 것도 뿌리가 썩으면 쇠망한다. 로마제국이 그랬고 융성하던
모든 것들이 그와같은 과정으로 무너졌다. 뿌리는 좁혀 말하면 식물의
것이다. 그 역할은 식물이 자리잡고 서게하는 것이 첫째고 둘째는
영양분을 빨아올리는 일이다. 한국의 산림에선 아카시아나무와 칙덩굴의
뿌리가 너무 줄기차서 골칫거리다. 이것들은 아무리 베어내도 그 뿌리의
집요한 힘으로 다시 왕성해져 다른 나무들을 침식한다.

사람들은 요즘 그 뿌리에 독극물을 주사하여 아카시아나무와 칙덩굴의
왕성함을 잠재운다. 이들뿐 아니라 모든 식물이 독물로 뿌리가 썩으면
말라죽게 된다. 식물은 둘러댄 얘기지만,정작 문제는 우리사회의 뿌리가
지금 독물에 흠뻑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 주위에
만연해있는 부정부패다. 이를 시급히 해독하지 않으면 이 나라를 무성하게
가꾸려는 희망이 뽑힌다.

결국 선진국과 비선진국은 부정부패의 정도로도 가늠할수 있다. 많은것이
원칙대로 처리되는 나라는 선진국이고 그렇지 못하면 선진국에 뛰어오를수
없는 것이다. 법규가 있으되 그것이 충실히 적용되지 않으면 문명국이라고
할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하나 더 만들면 그만큼 부정부패의
먹이사슬을 더 늘리는 꼴이 될수도 있다. 환경관련법들이 강화되자 환경이
좋아지기보다는 이에 관련된 비리가 크게 늘고 사이비기자들이 여기에
기생하는 모습이 우리사회의 한계다.

지방자치제도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선진국으로 가기위해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각급 지자체의원들중 일부가 그동안 벌인 꼬락서니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비리 이권청탁으로 구속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우리가 꼭 가야할 길을 부정부패로 오염시켜 더이상 뻗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지자체의원들의 이같은 비행이 없었다면 단체장선거를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 커졌을지 모른다.

우리의 부정부패상황을 실치도로 그려보면 기가 막힌다. 검사가 청탁을
받고 사건을 처리하여 사직한 일이 있다. 판사가 폭력배와 향응을
같이하여 말썽을 빚었다. 공항경찰이 금괴밀수에 가담하기도 했다. 법을
엄정히 다루어야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가 이런 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간부가 청탁을 받고 허위감정을 했으니 불신의 풍조를
나무랄수도 없다.

자라나는 세대를 올바로 가르쳐야할교육계에서 엄청난 돈을 받고
부정입학시키는 일,국가기관이 관장하는 자격시험에서 문제지를 빼내
시험자체를 우롱하는 일,교육공무원들이 자격증을 일정한 돈을 받고
불법대여하는 일,이런 것들은 후세까지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아연하지
않을수 없다. 일반행정공무원 세무공무원은 말할것 없고 소방서원까지
부패구조의 고리에 가담되어 있다.

"공무원들이 손만 벌리지 않으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저절로 잘 성장할
겁니다"-이것은 어느 경제단체장이 공개적으로 한 말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할 공직자들에겐 이보다 더 큰 모욕이 없을 것이며 청렴공무원들의
사기저하까지 생각하면 우리는 확실히 암담한 상황에 있다.
중소건설업체들은 보통 공사대금의 7~8%를 상납해야 한다니 이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부실화이다. 수년동안 준조세를 줄인다고 큰소리를 쳐댔지만
실제로 준조세는 늘고있는 것이 환부가 깊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부정부패의 부위가 공직자사회에 국한된 것이라면 그래도 수술이 쉬울지
모른다. 문제는 민간부문의 사회구석구석까지 휘말려있는 "총체적
부패"라는데 있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간의 거래,회사와 개인간의
거래에서도 뒷돈거래가 일반화 되어있다. 민간건물의 사무실입주에도
소유자가 아닌 관리인이 뒷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리베이트라는 이름의
뒷거래가 거의 공공연하다.

어느 설문조사를 보면 시민의 71%가 공직사회의 업무처리공정성에 의문을
나타냈는가 하면 공무원들은 민원인의 80%가 불가사항을 돈과 청탁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불평이었다. 부패구조에 모두 휩쓸려 있는 것이다.
대.소기업들은 또 이런 풍토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는지
모른다. 세계시장에서 거인들과 싸워야할 마당에 한국을 양생해야할
뿌리가 부패중독증에 걸린 것이다.

크건 작건 우월적 지위만 있으면 이것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 문제다.
권한도 우월적 지위이고 돈도 우월적 지위이다. 이 둘이 악수하는 것이
부패구조다. 이 악수통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한다. 뇌물받고
입찰정보를 넘겨주는 판에 실력만 믿는 업체가 발붙일수 있는가.
전체적으로 한국은 고비용 저실력사회가 되어 국제경쟁에서 지게된다.

김영삼차기대통령은 마침 부패척결의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시급한 정지가 그것이다.

상탁하불정이라고 행정규제완화로 부터 시작하여 그 맑은 물이 사회
밑바닥에까지 스며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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