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부를 무너뜨리고 천황 정권을 수립하여 일본을 새로운 근대국가로
탈바꿈하게 한 정치의 일대 변혁을 명치유신(명치유신)이라고 한다. 명
치천황을 내세워 정변(정변)을 단행했기 때문에 그렇게 일컫는다.

그 명치유신을 이룩한 공로자는 수없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중
추적인 역할을 한 원훈(원훈)을 세 사람 꼽는다. 사이고다카모리와 오쿠
보도시미치,그리고 귀족 출신의 정치가 이와쿠라도모미(암창구시)이다.

사이고와 오쿠보는 사쓰마번(살마번)의 사람이었다.

사쓰마번은 일본의 남쪽 규슈(구주)의 맨 남단에 위치한 칠십칠만석의
큰 번으로 가고시마(록아도)가 그 본거지였다.

그 무렵, 그러니까 존황양이냐,개국이냐 하고 나라 안이 시끄럽던 시
기의 번주(번주)는 시마즈나리아키라(도진제빈)였다. 그는 도쿠가와
막부시대의 수많은 번주들을 통틀어서도 으뜸으로 치는 명군(명군)으로,
자기의 번뿐 아니라 국가의 장래까지도 깊이 생각하여 정치를 해나간 현
명한 다이묘였다.

일본의 국기를 창안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어느날 자기 저택의 거실에 앉아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저택의 바로 앞은 바다였고, 그 바다에는 사쿠라
지마(앵도)가 손에 잡힐 듯이 떠 있었다. 사쿠라지마는 화산(화산)이었
다. 언제나 산정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황혼 무렵이었는데,술 기운이 아른해진 시마즈는 자기도 모르게, "흠-
좋군" 하고 가벼운 탄성을 흘렸다. 때마침 해가 바다 위로 떨어지려 하
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가 사쿠라지마에서 내뿜는 흰 연기의 너울에
가려서 약간 흐릿하면서도 고운 붉은 빛으로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취
기가 있어서 그 광경은 더욱 아름다웠다.

"옳지,됐어. 좋아 좋아"
시마즈는 뭣이 그렇게 좋은지 무릎을 치면서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새로 건조한 증기선(증기선)에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을 달아야
되겠는데,어떤 것이 좋을까 하고 늘 그 생각을 머리 속에서 굴리고 있었
다. 그런데 그 석양(석양)이 번쩍 머리에 와닿았던 것이다. 흰 바탕에
붉은 해를 그려 넣으면 "닛폰"(일본)이라는 국명(국명)의 뜻에도 들어맞
고 좋겠구나 싶었다.

그가 고안해낸 깃발을 명치유신 후에 정식으로 일본의 국기로 채택하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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