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2시(미국시간
20일정오)의사당에서 윌리엄 랭키스트 대법원장주재로 선서를 하고 정식
취임했다.

200년이 넘는 미국헌정사상 42번째의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제35대 존 F
케네디대통령이래 가장 젊은 전후세대 대통령답게 신선하고 패기넘치는
모습으로 미국민에게 변화와 희망을 약속했다.

변화와 희망을 약속했지만 클린턴시대의 개막을 맞은 세계의 표정은 사실
기대와 불안으로 뒤엉켜 있다. 전후의 오랜 냉전구도가 무너지고 소련이
지도상에서 이름이 지워진 지금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국제정치 경제대국으로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야할 막중한 책무를 지고있다. 그러나
물려받은 유산과 풀어야할 과제가 너무 벅차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이다.
그 점은 미국민도 같을 것이다.

전임 부시대통령의 집권4년간은 "외교성공 내정실패"로 평가된다. 특히
내정에서는 경제실패가 무엇보다 큰 오점으로 꼽힌다. 재선에 실패한
최대요인도 바로 경제문제때문이었다. 그러나 클린턴에게는 경제와함께
외교도 큰 짐으로 남아있다.

부시외교는 기본적으로 "사악한 제국"(Evil Empire)의 응징과 소멸을
요구했던 레이건외교의 연장이었으며 결과적으로 그것을 실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소연방 붕괴와 냉전종식 이후의 신국제질서창조에
실패했다. 새질서가 어떤 구도 어떤 내용이어야 하는가도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한 가운데 세계는 지금 도처에서 종교분쟁과 민족갈등,기아와
반목으로 새로운 불안과 도전에 직면해있다. 중동에서 제2의 걸프전운이
감돌고 있고 한반도에서는 변화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북한의 존재로해 서
긴장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클린턴의 외교역량은 미지이기보다 부족하다는
설명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며 따라서 불안은 더하다.

미국민도 그럴테지만 세계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될
클린턴행정부의 행보는 경제다. 방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유산을 딛고
어떻게 경제를 되살리고 또 세계경제를 마찰없이 이끌어갈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라크문제의 처리와함께 결국 클린턴행정부에 타결이
넘겨지고만 우루과이라운드(UR)와 미국경제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당장 시험대에 오른 당면과제이다.

감세와 공급측면을 강조했던 레이거노믹스 대신 클린터노믹스는
국내적으로 사회간접자본확충과 교육개선,대외적으로 미국익보호를 내세워
개방압력과 규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대외무역정책으로
신보호주의,새로운 고립주의 내지 지역주의에 호소할 위험에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의 취임은 한마디로 미국은 물론 세계에 새로운 시대의
출범이다. 12년만에 행정부와 의회를 함께 장악하게된
민주당정권,냉전종식이후의 국제적 "힘의 공백"상황에서 그 위상이 더욱
막중해진 미국이 새지도자를 맞아 세계평화와 경제번영을 위해
주도적이면서 협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