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보혁격돌 위기감이 점증하는 가운데 러시아정부
내에서조차 경제정책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돼 정부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져들고있다.

가격및 금융정책을 둘러싸고 옐친대통령과 표도로프 부총리가 한그룹이
되고 루츠코이부통령과 체르노미르진 총리가 이에 반대하는 그룹으로
첨예하게 대립,정책집행이 중단되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18일 지난달 취임한 체르노미르진총리가 처음 시행한
경제정책인 기본식료품에 대한 가격통제정책을 재실시키로한 결정을
백지화했다.

러시아경제개혁의 기수였던 가이다르전 총리대행에 이어 경제팀을 맡은
표도로프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신정부의 의지를 입증하기 위한것"이라며 가격통제결정을 번복하게된
이유를 설명했다.

체르노미르진총리는 지난1일 혼란한 경제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들을
물가폭등으로부터 보호하기위해 빵 우유 육류 설탕 보드카와 같은
기본식료품의 모든제조자에 대해 이윤을 15%로 제한하여 가격을 통제하는
포고령을 내렸었다.

그러나 표도로프부총리는 이에대해 즉각 기업이익률의 한도책정과
실질적인 사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가격통제를
전면부인하는 독자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표도로프부총리는 이날 가격통제정책의 번복을 발표하면서
"가격통제재도입 결정은 관료주의적 잘못"이라고 밝힌뒤 "새정부는
물가자유화등 경제개혁정책을 계속추진해나갈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정책을 둘러싼 체르노미르진총리와 표도로프부총리간의 대결은 일단
가격통제정책을 백지화함으로써 수습이 됐으나 행정부내 분열과 갈등이
지속되는한 새로운 개혁안의 조기마련은 힘들것으로 보인다.

개혁과정에서 최대의 논란을 불러왔던 통화제도의 경우에도 개혁파
각료들은 긴축기조의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체르노미르진총리
슈메이코부총리 게라시첸코 중앙은행총재등은 이미 대폭적인 통화 공급에
나서 마찰을 빚고있다.

이같은 논란은 그동안에는 정부내에서는 의견통일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주로 국회와 마찰을 빚던 것이었으나 지난연말의 새총리 지명이후
정부내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달말로 예정돼 있는 서방채권단(파리클럽)과의 외채협상 역시 격렬한
논란만 일으켜 16일에는 슈메이코 부총리가 협상에 나설 쇼힌 부총리의
협상자세를 비난하고 나서는 상황에까지 치닫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내에서는 그동안 외자도입과정에서 정부가 외국차관을
빌리기위해 서방국들에 너무많이 양보,굴욕외교를 하고있다는 강경파들의
불만이 고조돼왔었다.

최근 미.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START (제2단계전략무기감축)협정 역시
러시아의회 비준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일것으로 전망된다.

개혁1년동안 러시아는 비교적 충실하게 IMF(국제통화기금)와
하버드대측에서 제안한 개혁노선을 따라왔지만 체르노미르진총리가 앞으로
이 노선을 밟아갈지는 지극히 의문스럽다.

러시아는 지난해 GNP(국민총생산)성장률이 마이너스20%를 기록했으며
물가상승률도 2천%를 넘어섰다.

이같은 어려움속에 행정부 각료간의 내분까지 증폭되고있어 작년말 출범한
개혁2기 내각의 정책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러시아정세 분석가들은 이같은 상태가 오는4월로 예정된 신헌법
국민투표시기까지 계속될 가능성마저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