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맑게 갠 하늘에 후지산이 마치 수채화처럼 아득히 솟아 있었다.
그런데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게
신기하고 아름답기만 했다.

미국의 동인도함대(동인도함대)사령관인 페리는 대서양과 인도양,그리고
남태평양을 누비고 다니는 처지였다. 그러나 아직 후지산처럼 반듯하고
단아(단아)하게 솟아있는 거산(거산)을 딴나라에서 본 적이 없었다.

"흠-좋은데.저런 멋진 산이 있다니,괜찮은 나라군.
이나라의 문을 기어이 열어젖히고 말아야지"
페리는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필모어 대통령의 친서(친서)를 휴대하고 있었다. 그 친서에는 미일
양국의 우호친선과 통상,미국 선박에 대한 식료품과 연료,물의 공급,그리고
난파선 승무원의 보호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무렵 미국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포경국(포경국)이었다.
고래잡이배들이 태평양을 건너 일본의 연안에까지 와서 조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배들의 안전과 장기간의 조업을 위해 일본의 협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이 당장의 직접적인 목적이었다면,한편으로는 미국도 서구 여러나라의
동양 진출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여 극동 지역에
발판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근본적인 목적은 그것이었다.

네 척의 군함이 제각기 대포에 실탄을 장전하여 임전태세를 갖추고 우라가
해안으로 진입해 가서 닻을 내린것은 초여름의 긴 해도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일본의 경비선들이 방게 떼처럼 몰려들었다.

"닻을 내려서는 안된다!" "당장 물러가라!" "서양 오랑캐는 필요없다!썩
꺼져라!"
사무라이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며 흑선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줄사다리나 밧줄을 배에 던져 걸고는 그것을 타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백병전(백병전)을 감행하려는 것이었다.

"사격을 개시할까요?"
보좌관이 페리에게 물었다.

"안된다. 살상은 금물이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교섭을 하러
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러니까 한 녀석도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만
해라. 위협 사격은 상관 없다"
페리의 명령에 따라 수병(수병)들은 하늘과 수면에다 대고 공포를 쏘며
줄사다리와 밧줄을 끊어서 사무라이들을 바다에 떨어뜨리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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