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만에 탄생한 문민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새해를 맞아
매스컴에서는 온통 새 정부에 대한 주문 충고 조언으로 가득차 있다.

새정부가 해야할 최대의 과제가 경제난 타개라는데는 거의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경제난타개에 과잉기대는 금물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현되지않을 경우 실망도 커진다.

경제에는 기적이 없다. 이세상엔 공짜가 없고 수고없이 대가를 받을수
없다. 노력하지 않고 땀흘리지도 않으면서 성공을 바라고 보수를
얻고자하는것은 사기다. 그런데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보면 모두가
새정부에 바라는것 뿐이다. 무엇하나 내가 이렇게 해서 이바지하겠다는
말은 없다.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러분을 위해 나라가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여러분이 무엇을 해야할것인가
생각하라"고 호소했다. 새정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나 자문자답할
때이다.

새정권의 최대 과제는 경제난 타개다. 그 경제난 타개에 여러가지 처방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경제에 있어서 군사문화의
청산이다. 문민정부는 모든 면에서 구시대의 잔재인 군사문화의 청산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분야에 군사문화의 후유증과 부작용이
많이 남아있다. 개발독재시대의 유산인 통제경제가 바로 그대표적인
것이다. 그보다 더욱 한국의 경제정책에 깊이 뿌리박은것은 군사문화의
특징인 코스트푸시의 사고방식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인들의
사고방식은 철저한 목표달성주의다. 전쟁에 있어 승리에 대신할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코스트를 아껴도 전쟁에 져버리면 소용없다.

월남전쟁때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비용대효과라는 전략을 썼다. 그래서
미국은 월남전쟁에서 졌다.

군인들은 목표를 설정하면 그것을 달성하기위해 코스트를 무시하는게
특질이 되어있다. 이 사고방식은 역대정권의 경제정책에도 반영되었다.
수출목표를 얼마,물가억제선은 얼마라고 책정하면 그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경주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수급대책에는 손을
쓰지않고 숫자놀음에만 급급한다. 그러다보니 숫자목표는 달성했을지
모르나 경제의 왜곡 부작용은 더 컸다. 지표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목표달성지상주의는 지양해야한다. 이것은 전투에는 이기고 전쟁에는 지는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새정권이 5년후의
국민소득을 얼마로 만들겠다느니,물가를 연간 3%선이하로 억제하겠다고
내거는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노력목표를 내거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것을 달성하겠다고 코스트를 무시한채 수치에 매달려 혹은 숫자를
조작하는것은 본말전도다.

군대에선 고참병이 구두가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신병들에게 구두에
발을 맞추라고 호통친다. 이사고방식이 경제에까지 적용되어 왔다.

이러한 코스트푸시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경제행위에는 코스트가
따른다는 상식으로 돌아가는것이 군사문화의 청산이다. 그러나 이말이
목표를 세우지말라는 뜻으로 곡해되어선 안된다. 목표없는 정책이란
있을수없다. 다만 코스트를 따져 슬기롭게 목표를 세우고 관리하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것은 새 정권은 여론에 영합해서는
안된다. 흔히 민주주의는 여론 정치라고 한다. 그러나 여론에
영합하는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여론을 이끌어가는게 위정자다. 그러나
여론을 이끈다는 것은 여론을 조작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흔히
여론이란 목소리큰 집단의 소리만을 의미한다. 목소리가 크다고해서
반드시 옳은 소리만 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또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진리만도 아니다.

위정자는 때로는 여론이 바라지않는 인기없는 정책도 감행해야한다.
일일이 여론의 향방에 좌고우면해서 우왕좌왕할것 없다.

그런뜻에서 여론에 영합하느라고 부활시킨 이중과세같은것은 당연히
폐지해야한다.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설날을 쉬게한것은 바로
인기영합정책의 전형이다. 그때문에 생기는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큰가.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정책을 쓰면 정권지지율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
지표의 등락에 너무 신경쓸것은 없다.

정치가의 인기란 미인처럼 박명한 것이다. 걸프전쟁직후의 부시
미대통령,독일통일직후 콜총리의 인기는 사상 최고였다. 그러나 불과
1년후에 부시는 대선에 패배했다. 콜총리의 인기도 땅에 떨어졌다.
가까운 이웃 일본도 불황타개의 기대를 모으고 등장한 미야자와총리의
지지율은 사상최저로 떨어졌다. 거꾸로 89년 천안문사태로 국제적으로
혹평을 들은 등소평은 최근 중국경제의 발전으로 다시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지도자는 욕을 얻어먹어도 소신을 관철해야한다.
팔방미인이되려고하면 결국 누구에게서도 인기를 얻지 못한다.
비스마르크는 독일통일은 토론과 투표에 의해서 결정되는것이 아니고 쇠와
피에 의해서만 달성될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가장 인기없는
재상이었으나 독일통일을 훌륭히 이뤄냈다. 훼예포폄은 많지만 한국경제를
개발,발전시킨것은 박정희대통령의 인기에 영합하지않은 강한
리더십이었다.

새정권의 과제는 첫째도 경제,둘째도 경제,셋째도 경제다. 그러나
경제재건을 위해서는 마음가짐의 혁신이 앞서야한다. 60년대
한국고도성장정책에 앞장섰던 장기영기획원장관이 남긴 명언이 있다.

"경제에는 공짜도 없고 헛수고도 없다"공짜근성을 버리고 수고를
아끼지않는 자세만이 경제재생의 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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