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는 불황과
수출부진의 먹구름은 날이 갈수록 짙어만가고 있다.

지난 3.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3.1%에 머물러 큰 충격을 준데 이어 4.4분기
의 성장률도 3.6%로 추정됨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지난 80년뒤로
가장 낮은 4.9%에 그칠 것으로 추계되었다. 이런때일수록 우리경제를 이끌
어가는 수출이 하루빨리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나 최근의 수출
동향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원인분
석및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11월중의 수출액이 0.3% 줄어든데 이어 이달에도 19일현재 32억8,400
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나 줄었다. 특히 2~3개월뒤의
수출을 짐작할수 있는 신용장내도액이 10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어나는데 그쳐 증가세가 낮아지더니 11월에는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
려 1.7%나 줄어들었다.

신용장내도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9월부터 14개월만의 일로서
세계경제의 회복이 늦어지고 우리상품의 경쟁력강화가 지지부진한데다
대통령선거에 따른 기업활동의 상대적인 부진 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세계경제전망에 대한 보고서에서 내년의
세계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2. 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로 보면 세계경제의 기관차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경제는 비교적
순탄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생각보다오래가는 것은 다음의 몇가지
이유때문이다. 첫째는 부동산등 자산가치의 하락과 지나치게 많은
빚때문에 기업과 가계부문의 지출여력이 바닥났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거품"경제가 심했던 미국과 일본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둘째는 독일통일에 따른 재정적자확대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고금리정책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럽은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는등 통화위기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으며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셋째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도 비교적 안정적이던 서비스업의
종사자들까지 직장을 잃는등 예전의 경기침체때보다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크게 높아져 소비지출이 위축될수 밖에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실업자수는 내년말까지 3,400만명으로 90년초에
비해 1,000만명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선진국의 절반이상이
두자리수의 실업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의 경기침체는 침체정도가 상대적으로 덜 심한데 비해
침체기간은 훨씬 길어지고 있으며 회복세도 매우 약한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경기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미국의 클린턴정부도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처음 계획보다 공공투자를 크게 줄이는등
운신의 폭이 좁아 낙관할수 없는 형편이다.

이처럼 해외여건이 좋지못할수록 우리상품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되찾자"는 덴마크
협동조합운동에서의 구호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먼저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물가 금리
환율등의 경제지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농산물풍작,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강화된 행정규제로
한동안 물가안정이 이루어졌으나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할수 있다. 그동안
행정규제로 묶여 있던 공공요금및 각종 서비스요금이 오르고 민간자율
경제체제로 옮겨가면서 독과점업체의 가격인상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공금리를 낮춰 경기회복을 자극하는 방안이 또다시 새정부팀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그 효과도 불확실하다. 물가와 부동산값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고 불평할수 있으나 실세금리를 지금보다
1~2%포인트 낮춘다고 금방 경기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사금융의 이중구조와 담보만 챙기는 비뚤어진 금융풍토때문에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이 쓰러지고 경영자가 자살하는 악순환을 뿌리뽑는
근본적인 금융개혁이 더 시급하다. 개방경제시대에 환율안정이 수출증대와
국제수지방어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도 다시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새정부팀이 과학기술투자를 국민총생산(GNP)의 5%까지 늘릴 계획임을
강조하는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학교나 연구소 또는 도서관에 대한
투자때 건물만 짓고 진짜 중요한 책이나 연구시설 또는 전문가양성은
뒷전으로 밀리는 전시행정도 고쳐져야 한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분위기조성은 돈만으로는 안된다는 점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