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작고 보잘것 없다고 생각해온 것들 속에 그토록 아름답고
신기한 생명체가 있다니.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생태계의 모습들은 나에겐
새롭고도 놀라운 것이었다.

사진이라고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이러한 새로운 세계를 인도한
이는 동굴사진 작가로 잘 알려진 석동일선생이었다. 나는 처음 그분을
따라 버섯사진을 찍으러 다녔었다.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광릉수목원으로,강원도로,천마산등으로 다니며 세상에 널려 있는 무수하고
진기한 버섯과 들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렇듯 작은 생명체가
빼곡이 들어 차 있는 우주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들을 채우고 있는
생명의 신비에 대해 한없는 경외감이 들었었다. 누군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말했다지만 새롭고 작은 세계에 대한 이해와 개안은 새로운
세계,새로운 인식의 출발이 되었다.

이로부터 나는 세계와 자연앞에서의 겸손함과 온유함을 배우게 되었다.
답답한 진료실에서의 일상 생활,각박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인간관계속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마음맞는 벗들과 함께 산과 들을 찾아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는 그 시간이야말로 참으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화양동계곡으로,설악산으로,바닷가로 조국의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많은 대화와 귀중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마다 우리는 소중한 추억의 사진을 건져 올렸었다. 우리는 이 모임을
통해서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믿음과 사랑의
관계를 제자리에 가져오는 작업을 하고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즐거운 대화,현실과 복잡한 삶에서 떠나는
자유스러움이 얽혀져서 "믿음사진동우회"는 날로 발전해가고 있다. 모임은
한달에 한번 1박2일로 촬영여행을 하고,보름에 한번씩 일요일 아침
서울근교에서 사진촬영을 한다.

"믿음사진동우회"에는 김진옥(창신프로세스 대표)최용삼(대우
근무)김영연(국회 근무)이미경(경상일보 기자)오희순(명성여고 교사)씨등
모두 2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있다. 내년에는 전국의 아름다운 산과
들,그리고 강과 바다를 돌아다니며 좋은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취미활동이 단순한 사진몇장,즐거운 여행에
그치지 않고 각계각층에 흩어져 살고있는 파편화된 인간관계를 좀더
따뜻하게 감싸안고 보다 건강한 삶과 사람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이루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조국의
산하에서 느끼는 한없는 국토 사랑의 정신,그속에 평범하지만 함께
어우러지는 회원들의 따뜻한 우정. 새해에 우리는 이런것들을 좀더 키우고
넓히는 일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