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꼭 1주일 남았다. 대선 투표일 말이다.

그 추운 겨울날들을 쪼개고 또 쪼개 하루에 열몇군데 고을들을 자동차로
또는 헬리콥터로 누비며 사자후를 뿜고 있는 후보들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저분들이 바로 초인들이로구나 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 나이에 추위도 모르는 것일까."
문득 갸우뚱해지는 생각이 고개든다. 그러고 보니 1992년도 스무날밖에
안남았구나. 시공무상이여..

지나간 기쁜 일은 물론 슬펐던 상처까지도 쓰다듬어 잊게해주는
"세월"이란 약이 있으니 이것을 일러 "망각의 미덕"아니겠느냐고 사람들은
마음에도 없이 호들갑 떨며 자신들을 속이려 든다.

세밑이 다가서면 누구 한사람인들 그 파이는 자신의 얼굴위 주름살을
매만져 보지않을까.

세밑은 온통 썰렁하게 마련인것. 덧없이 또 한해가 영영가버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그 사실도 그렇지만 세밑은 언제나 차디찬 비명소리를
머금고 있는 얼음판 위에서 뒹굴기에 더 그런것 아닌가. 그러고보니
강렬한 햇볕속에 맞는 따끈한 남반구의 세모는 썰렁함이 거의 없겠다.

그러나 저러나 올 세밑에는 대선바람에 온누리의 고을마다 열기로
들떠버렸다. 이통에 연말 불우이웃돕기사업이 외면당하고 있다. 어쨌든
선거바람은 무섭고 거세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11월말까지 각 시.군에 기탁된 14억여원의 성금을
위문품등으로 바꿔 12월초부터 사회단체에 대한 불우이웃돕기사업을
벌여왔었다.

그런데 올해는 12월초순까지의 모금액수가 고작 3,700여만원에 불과하다니
어처구니 없다. 물론 대선이 끝나면 연말까지 급피치를 올리겠다고들
말하고는 있지만.

예년의 독지가들도 하필이면 연말 추위속에 밀어붙인 대선열기라지만
그래도 소년소녀가장과 그 많은 사회복지시설의 가냘픈 수용자들을 잊지는
않았으리라.

"허허,또 한해가 가려는가."
대선통에 좀 얼떨떨하게 세밑을 기어빠져나가려는듯 1992년은 살며시 낯을
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