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재무부장관 한은총재 청와대경제수석이 2일
논의한 결과 한은재할인율을 포함하여 모든 규제금리를 내리는 문제는 일단
없었던 일로 결론지어졌다.

지난 몇달동안 규제금리를 낮춤으로써 실세금리가 더 낮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재무부입장과 규제금리를 낮춰봐야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클것이라는 한은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왔다. 이 과정에서 규제금리를
낮추면 실세금리를 하향안정시킬수 있는가,실세금리가 낮아지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가,금융시장개방과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를 앞둔 지금
규제금리의 인하가 필요한가 등이 핵심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리의 경기조절기능과 자금수급조정기능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금리자유화란 정부가 통제하는 규제금리의 시장신호(market
signal)역할을 회복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금융시장구조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것이
현실이다.

올해들어 실세금리가 큰폭으로 떨어진것은 물론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부진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지난해말에
대통령지시가 떨어진뒤 시중 실세금리가 떨어지도록 재무부가 꾸준히
유도한 탓도 크다. 그러므로 규제금리를 낮추는 것이 실세금리의 인하를
선도한다기 보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몰아가는 경계선(boundary)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또한 지금이 경기회복을 자극할 때이며 실세금리를 낮추는 것이
효과적인가라는데도 이견이 있다. 이유야 어떻든 경기침체가 심한 것은
사실이며 국제 경쟁력강화와 투자심리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투자심리회복은 정치적인 안정,수익성전망등 많은
요인들에 영향을 받으며 금리가 낮아진다고 당장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양적인 확대보다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금리의 시장조절기능이 회복되고 금융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도록 새롭게
틀을 짜는 일이 당면과제라고 본다. 이점에서 규제금리인하의 철회는
합리적인 결정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정책결정과정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부처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매끄럽지 못한 언론플레이를 벌인 것은 유감이며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 수출감소와 심화되는 불경기 *****

새해가 코앞에 닥쳐왔는데도 내년 경영계획을 짜기 힘들어 걱정이라고
말하는 기업이 많다. 불확실한게 너무 많아 도시계획이고 뭐고 들먹일
형편이 못된다는 것이다. 누가 되건 우선 정치와 정국이 어찌될지
알수없는 데다가 기업경영과 직접 연관이 있는 많은 변수들,이를테면
금리와 환율,국제유가와 원자재가,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경제의
회복가망등이 모두 깊은 안개속에 묻혀 있어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딱한 일은 경제의 흐름과 경기동향에 관한 정부와 경제계간의
시각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산업현장에서 보기에는
불경기가 이만저만 심각한게 아닌데도 당국은 막무가내로 안정과
구조조정론만을 읊조리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는 것이다.

어느쪽 진단과 시각이 옳고 그른지는 일단 제쳐두고 14개월만에
처음이라는 지난 11월의 수출감소세와 10월의 0. 1%하락에 이어 이번에는
0. 5%나 내렸다는 소비자물가동향은 불황의 골이 상당히 깊은 현실을
확인시켜준다.

월간 수출동향에 과민반응을 보인다거나 필요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 하지만 지난 3.4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이 3. 1%로
곤두박질했다는지난주 한은발표뒤에 나온 이같은 11월수출동향내용은
내수에 이어 이젠 수출경기마저 후퇴하기 시작했다는 걱정을 떨칠수 없게
만든다.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이미 둔화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미국등
최근의 해외시장동향으로 미루어 내년 전망도 흐리다.

수출감소는 곧 한국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상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설사
수출보다 훨씬 급격한 수입감소덕분에 무역수지가 얼마간 개선된다고 해도
하등 반길 일이 못된다. 축소균형이 우리 경제가 추구할 목표라고는 결코
말할수 없기 때문이다.

두달째 내린 물가동향을 그냥 반가워 할수만은 없는 이유도 비슷하다.
물가가 진정으로 안정되고 있다기보다는 불경기가 너무 심해 물가가
내린다는 해석이 훨씬 설득력있게 들린다.

정부는 먼저 우리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는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안정이라든가,구조조정과정이라는 등의
수사로 얼버무리지 말아야 한다. 하물며 외견상의 거시경제지표개선을
정부의 업적인양 떠벌린다든지 자족해서는 더욱 안된다. 안정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다만 안정과 정체,그리고 후퇴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