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물아홉번째 맞은 무역의날이었다. 수출입국을 내세워
경제개발을 추진한지 이제 30년이 넘었다. 지난 30년동안 한국경제는 실로
놀랄만큼 성장했다. 바로 그러한 성장에 대한 수출의 기여는 더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수출이 지난날의 성장에 기여한 역할못지 않게 한국경제가 여기서 한단계
높이 뛰어 오르려면 역시 수출이 큰 몫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무역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전개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려운 환경을 뛰어
넘을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게 우리의 과제다.

올들어 지난11월 26일까지 수출은 678억9,100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 보다
9. 6% 늘어났다. 연말까지는 수출이 780억달러로 전년보다 8. 5%증가될
것이며 무역수지적자는 지난해보다 절반이상이나 줄어든 45억달러로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숫자로 본다면 수출한국의 옛 모습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는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이번에 맞은 무역의 날도 우울한 날이 되고 말았다.

우선 무역수지 적자폭이 크게 준것은 국내경기불황에 따른 투자위축으로
기계류등 설비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바에
따르면 3.4분기 경제성장률은 3. 1%로 11년만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3.4분기 제조업의 성장률은 3. 2%,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3. 2%였고
상품수출(물량기준)은 금년들어 3.4분기까지 11. 9% 늘어났지만
상품수입은 불과 2. 5% 늘어난데 그쳤다. 따라서 무역수지적자폭 축소는
국내 산업의 투자위축을 반영한 우울한 결과인 것이다.

수출증가율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우리상품은 선진국제품에 비해서는
품질에서,후발개도국제품에 비해서는 가격에서 뒤지는 상황에 몰려 있다.

수출주력시장인 미.일.EC(유럽공동체)에의 수출비중은 87년의 70. 5%에서
90년 62. 9%,91년에는 56. 5% 올10월까지는 51. 2%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는 선진국시장에서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후발개도국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의 제조업은 기술개발투자에 주력할 형편이 되어 있지 않고
경쟁국보다 높은 임금상승률과 금융비용으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고가품개발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섬유 신발류등 우리의
선진국 주종 수출상품이었던 품목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멕시코등에 밀리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부분을 품질경쟁력으로 커버할수 없다면 수출입국은
공허한 구호에 다름아니다.
수출을 통한 발전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우선 수출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일이다. 과거처럼 수출에대한 직접적인 지원으로
수출을 부추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구개발 인력수급
사회간접자본확충등 관련정책의 효율적인 추진을 통해 수출활동이
유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수출아닌 다른 활동에서 높은 이윤을 남길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한
수출에 주력하지 않는다. 이는 기업들이 불동산투기라든가,기타
사회적으로 볼때 비생산적인 활동에 몰두하고 경제주체들이 생산성향상보다
자기몫 챙기기에 열을 올린 80년대 후반이후 우리의 상황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 연도별 분기별 또는 월별 수출실적에 집착해선 안된다. 그때
그때 발표되는 통계숫자를 보고 정책을 세우고 정책을 바꾸는 잘못을
반복하다 보면 수출구조를 개선할수 없다. 당장의 실적이 나쁘다 하더라도
제조업의 설비투자 기술개발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제품의 코스트를
떨어뜨릴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수출의 잠재력이 배양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환경은 급변을 거듭하고 있다. 당장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통상압력은 우리를 또 얼마나 위협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가 버틸수 있는 힘은 우리산업의 국제경쟁력에 있다.
세계 일류상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만들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않는한
세계시장으로의 수출이 벽에 부딪치는게 문제가 아니라 국내시장을
외국기업에 내맡기게 된다. 이게 바로 국제화 개방화시대의 논리요,실제로
전개되는 상황이다.

수출입국을 과거의 낡은 사고로 치부해선 안된다. 수출이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무슨 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해야하고 그러한 기업의
노력을 도와주는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무역의날의 의의는 바로 이런것을
점검하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