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의 캘린더가 休紙가 되어 역사속에 파묻힐 날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올해는 연초부터 總選분위기에 휩싸여서 결국은 연말까지 大選으로 
마감하는 정치의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경제는 말만 요란했을뿐 국가의 眞心이 아니었으며 국정의 
主메뉴가 아니었다.
경제指標의 數値的 호전을 정치 편들기 때문인지 진실이라고 읽고
있는 동안에 자연법칙은 어김없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허전한 수확의 가을을 넘기면 분명 더 추운 겨울이 올것인데 
계절을 거부하는 일기예보를 하면 사람들은 우왕좌왕할수 밖에 
없다.
두툼한 외투를 준비하기도 전에 경제를 하고자하는 우리 마음은 
정치추위에  얼어붙었는지 모른다.
꼭 경제에 국한하기 보다는 더 넓게 未來를 준비해야하는 우리의 
마음이 落葉처럼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몇가지 그림자를 보자.

 책이 하도 안팔려 책방을 걷어치우고 노래방을 만든다니 이게 
무슨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의 風俗圖인가.
天高馬肥의 독서계절이 行樂의 계절이 되었으니 이 척박한 토양에서
 國力이 어떻게 자라날수 있을지 의문이다.
졸업장만 양産하면 그 종이조각이 퇴비가 될수 있을까.
과학기술진흥도,산업고도화나 성장잠재력 배양도 책을 안읽는 
풍토에서는 헛소리와 다름없다.

 흔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하기좋은 거짓말임이 한 외국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계층은 가장 바쁘고 왕성하게 일하는 30代
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달에 3권이상 책을 읽는 사람은 30代가 36%로 
최고이고 20代 31%,40대 25%순이다.
그런 반면 여가가 많은 세대일수록 책을 덜 읽는다는 조사결과
이다.

 30代가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교양과 취미,그리고 업무를 
위한 공부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결국 왕성한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얘기와 
같다.
올들어 서점가에선 책판매량이 40%쯤은 줄어들었다고 비명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총체적 의욕이 사그라든 때문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혼잡하기 그지없는 일본의 通勤지하철에선 요즘 文庫本을 읽는 
직장인들이 늘고있다고 한다.
혼잡도가 비슷한 서울의 지하철에선 女性을 치근덕거리는 일만 
늘고있어 女性전용칸 궁리까지 하고있으니 이것이 세계에 알려질까 
두렵다.

 우리의 의욕상실증은 책뿐만아니다.
한국의 퍼스컴보급률은 경쟁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아 해마다 부쩍
부쩍 늘어도 시원찮을 상황인데 올해는 오히려 판매량이 
10∼20%나 줄어들어 업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퍼스컴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도구이다.
컴퓨터 열기가 식고 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준비의욕이 움츠러
들고 있는 현상이라고도 볼수 있다.
겨울녘의 난데없는 비처럼 음산한 얘기다.

 각종 산업전시회도 올해 들어선 잘 안된다고 한다.
관람객수가 종전만 못하고 출품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산업전시회는 기업들의 신제품개발 신기술 새모델을 선보이는 
쇼윈도다.
말하자면 소비자들의 반응을 찾아나서는 위험을 수반하는 수색대와 
같다.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의식이 있을때 전시활동도 활발해진다.
이같은 기업들의 前衛的 활동이 전반적으로 기력을 잃고있는 
사실은 기업의욕의 침체와 다름없다.

 올들어 광고활동이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데에도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광고가 바로 기업활동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한동안 정치광고만 줄기찼을뿐 기업의 새로운 활동이나 신제품
개발을 알리는 광고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다만 유통가에서의 在庫처리세일만이 올해의 두드러진 특징이
었다.
그것은 어쩌면 제살을 깎아먹는 기업들의 아픔이다.
이것이 한국경제의 재고처리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살을 
꼬집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리경제에 드리워진 이상과 같은 몇가지 그림자는 경제 
野戰軍團의 활동이 아닌 주변적 상황이므로 경제指標에는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위축된 심리를 읽을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지표
보다도 중요하다.
우리경제나 사회에 지금 의욕상실症候群이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주저앉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이다.
아무리 大選이 장미빛 꿈을 가지고 몰아친다해도 이같은 의욕상실증
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경제는 다가오는 추위에 얼어붙을지 
모른다.
의욕이 왕성해야 모든 주름살이 펴진다.
공은 바람이 빠지면 쓸모없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