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회 정기국회가 19일본회의에서 총38조5백억원규모의 내년도예산안을
의결하고 사실상 폐회됐다.

이번 국회는 14첫 정기국회여서 종전에 비해 성숙된 국회상을 보여줄것으
로 기대를 모았다.그러나 대선정국에 파묻혀 "부실국회"로 운영될수밖에
없었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우선 대선일정과 맞물려 회기가 67일로 대폭 단축되었다. 그나마 단체장
선거실시문제를 둘러싼 대립으로 공전하는 바람에 실질적으로는 20여일정
도밖에 운영되지 못했다.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잇따르고 당수뇌부의 지방유세로 회기내내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국정감사는 물론 예산안 심의도 수박겉핥기식으로 끝나버렸다.

특히 재정팽창여부와 국민의 조세부담가중여부가 걸려있는 예산안의 경우
밀도있는 심사보다 항목간 짜맞추기에 급급했던 흔적이 역력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정부예산안을 "초팽창예산"이라고 몰아붙이던 민주.국민당의 주장들은
전혀 반영되지못한채 순삭감없이 정부원안총액규모대로 통과되는 전례없는
기록을 남겼다.

민주.국민당은 예결위계수조정소위와 전체회의 본회의에서 부표를 던져
정부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다.그러나 당초 예산심의에 들어가면서 1조원
이상의 순삭감을 공언했던 점에 비춰보면 양당의 주장이 "구두선"에 그치
고만 셈이다.

내년도예산이 적정규모라는 견해도 적지않지만 예산심의과정에서 보여준
3당간 "흥정"은 당연히 예산규모의 적정성에 의문을 던져준다.

17개 상임위에서 증액을 요구한 금액이 무려 7천7백억원에 달했던 점은
선심성 사업비를 깎겠다는 당초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민원
사업을 챙기고보자는 구태를 재연한셈이다.

이같은 민원성 지역사업비는 예산안확정단계에서 5백억원선으로 크게 줄
어들기는 했지만 이것도 총증액분 2천6억원중 추곡수매재원 1천4백억원을
제외하면 증액분전액에 다름없는 수치이다.

3당은 그 필요성은 인정되나 시행시기면에서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를 얻
지못하는 경부고속전철및 영종도신공항건설사업등 국책사업비를 단 한푼도
깎지않았다.

안기부의 예산과 안기부예산으로 전용되고있는 예비비 기관운영금중 정
보비성 판공비등도 당초 전망과는 달리 전혀 삭감하지 않았다.

70여개에 달하는 관변단체예산은 민주.국민당이 6백50억원을 깎겠다고별
렀으나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바르게살기중앙협의회 자유수호총연맹등 3
개단체 예산을 11억원 삭감하는데 그쳤다. 반면 정작 증액돼야할 복지사
업관련항목인 영구임대주택사업비와 공무원 교원 의료보험금은 각각 40
억원씩 깎였다.

이같은 예산안 "숫자놀음"은 무엇보다 민주.국민당이 중립내각을 지나치
게 의식,크게 양보한데다 민자당과 정부가 이에 편승해 원안밀어붙이기에
나섰던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계류법안 84건중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개정안등 45건밖
에 처리하지못한것도 이번국회의 아쉬운 대목이다.특히 소비자보호법개정
안과 성폭행예방및 규제등에 관한 법률안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개정안등
민생관련법안 9건이 처리되지 못했다.

이중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을 비롯한 5개 농수산관련법안은 농어가에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수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처리를
다음회기로 넘긴것은 3당이 추곡수매에만 매달려 1년앞밖에 못내다보는
단견을 드러냈다.

다만 이번국회는 예산안및 쟁점법안처리를 둘러싸고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해온 "실력대결"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운영된 점에서 평가를
받을만하다.

특히 3당이 추곡수매와 관련,전례없이 단일안을 내놓고 만장일치로 의
결한 것과 3당합의로 대선법 정치자금법 중앙선관위법등을 손질해
공명선거장치를 보완한 것도 평가를 받을만하다.

<김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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