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시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기자촌 아파트 257동 107호
앞 보도블록 위에 이 아파트 같은동 307호에 사는 한국상업은행 명동지점
장 이희도(53)씨가 자신의 왼손동맥을 끊고 아파트 7층 복도에서 20여m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을 처음 목격한 아파트경비원 신현욱(53)씨에 따르면 야간근무중 갑
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이씨가 머리등 온몸에 피를 흘린채
자주색 상하운동복에 맨발차림으로 바닥에 엎드려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숨진 이씨의 집 안방에는 이불이 가지런히 깔려 있었으며 이씨가 자신
의 동맥을 끊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길이 30cm가량의 주방용 식칼
이 이불 위에 놓여있었고 흘린 핏자국이 요 위에 흥건히 고여 있었다.
숨진 이씨는 침실 장롱 안의 양복안주머니 지갑안에 부인(49) 앞으로
"당신과 은행에 너무너무 미안하오. 더이상 할 말이 없소. 내몸은 화장
시켜주시오"라고 적힌 가로.세로 10cm가량의 메모지에 쓴 유서를 남겼
다. 또 이씨의 지갑 속에는 93년 1월28일이 지급만기일로 돼있는 롯데쇼
핑(주)발행 1백억원, 50억원짜리 약속어음 2장이 함께 들어있었다.
이 약속어음은 지난달 30일 발행된 것으로 지급지가 조흥은행 반도지점
으로 돼 있었다.
이씨가 숨질 당시 집에는 이씨의 차남(21.방위병)과 막내딸(18. 대
1년)이 잠자고 있었으며, 부인은 큰딸(23)의 결혼 혼수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큰딸과 함께 전남 순천으로 내려가 집에 없었다.
이씨의 차남에 따르면 이씨는 14일 밤 11시50분께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와 아무말없이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씨의 가족들은 "이씨가 가정문제로 고민을 한 적은 없으며 은행일에
대해서도 거의 집안에서는 얘기를 하지 않아 자살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앙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지난해 상업은행 서소문지점장으로
재직할 당시 최대의 수신고를 올리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올
해초부터 명동지점장으로 일해왔다.
경찰은 이씨가 가정문제 등 개인적 동기로 자살할 만한 이유가 없는데
다 은행금고에 들어있어야 할 1백50억원의 거액어음이 유서와 함께 들어
있는 점을 중시해 이 어음이 이씨의 자살동기를 밝히는 유력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어음의 발행경위 등에 대해 집중조사중이다.
경찰은 이를위해 롯데쇼핑과 상업은행명동지점에 수사관을 보내는 한편
상업은행본점과 명동지점간부및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상업은행 김추규 행장을 비롯한 관련 임원들은 보도진과의 접촉을
피한 채 이날 오후 시내 모처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이씨의
죽음이 대형 금융사고와 관련된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