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라인강의 기적등 경제에서 종종 기적이란 말을 쓰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경제엔 기적이 없다. 경리장부에 기적이 있다면 그것은
엉터리계산일 따름이다. 다만 기적같은 큰 성과가 있다면 그것은 활동의
결과이다. 기적을 만드는 경제정책은 생산이 유리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생산이 불리한 여건에 휩싸여 있어 성장의 엔진이
꺼지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턱없이 비싸면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 투자가 위축된다는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차입의존도가 높은 회사는 영업을 해봐야
빈껍데기만 남는다. 정책당국자가 경리사원보다 더 알아야 할일은
이렇게되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경제의 청사진도
쓸모없게 되어 그야말로 거품처럼 경제기반이 꺼지게 된다.

한은이 제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지난 상반기 기업경영분석은 기업들이
앓고있는 환부를 잘 나타내고 있다. 1천원어치를 팔아 76원의 이익을
남겼으며 그가운데 이자로 지급한 돈이 62원이었다. 이익을 대부분
고리대금업자처럼 금융기관에서 가져간 셈인데 이런 구조로서 어떻게
생산활동을 장려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돈장사가 속편할지 모른다.

매출액경상이익률은 상반기중 2.3%로 떨어져 일의 4.3%,대만의 4.5%에
비해 절반수준에 불과한데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은 6.2%로 높아져
일.대만의 3배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차입비율은 작년말의
44.6%에서 46%로 높아졌으며 유형 고정자산 증가율은 작년말 대비 6.8%로
작년 상반기의 12.2%에 비해 절반수준에 머물렀다. 제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설비투자가 비틀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구조조정현상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빗나가고 있는 증좌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경제개발에서 금융부문의 역할은 인체에서의 혈액과 같은 것이다. 새삼
그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미.영등 앵글로 색슨 자본주의와는 달리
후발주자였던 일본과 독일은 금융을 효과적으로 동원함으로써 경제강국으로
떠올랐다.

일본만해도 2차대전 이후 은행예금에 대한 실질 이자율은 대부분의
기간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산업체에 싼 이자의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저축자에겐 손해였지만 산업이 부흥되면 공동체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국민적 공감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레스터 더로교수는 최근 저작에서 "생산자경제학"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경제전쟁에서 소비자경제학을 취한 나라보다는 생산자경제학을 실천한
나라들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당장 사과를 사먹기보다는 사과나무를 심고
기다릴줄 아는 나라에 승리의 월계관이 돌아간다는 요지다. 생산자가
유리하게 되는 여건,이것이 세계경제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조건인
셈이다.

한국의 생산자들은 지금 천덕꾸러기와 같다. 경쟁국보다 2~3배의
금융비용과 저기술.저생산성으로 국제시장에서 싸우기는 역부족이다.
동네북 처럼 이사람 저사람이 멋대로 두들겨대기도 한다. 비행기를 타고
밖으로 나가야 더 편안할지 모른다. 실제로 사업의욕을 잃고 이민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개발년대의 생산자경제학이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갑자기 소비자경제학으로 바뀌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외국인의 대한투자가
줄고 진출했던 기업들마저 줄줄이 철수하는 것이 이 땅에선 기업하기가
어렵다는 증거일수 있다.

우리경제의 진행방향은 국제시장에서 약자끼리 싸워서 이기면 되던 시대를
넘어서 강자와 맞붙어 싸워야할 때에 이르렀다. 그런데 국내에선 강자는
약자를 병탄하는 공룡이라는 인식아래 강자를 억누르고 있어 국제무대에서
싸워야할 힘을 타이어바람빼듯 하고있다. 하지만 막상 쓰러지는 것은
중소기업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호시장적
기능이 위축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볼수 있다.

대기업에 대한 여신규제에도 대기업은 끄떡없고 앰하게 중소기업만
돈구하기가 어렵게 되어 아이로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게 하는
조치는 가장 먼저 중소기업을 직격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중소기업지원을 연이어 천명하면서도 정책은 대기업과 씨름하기에 바빠
뒷전에서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속출한다.

금융도 그렇고 지나친 행정개입도 그렇고 뭐하나 생산자에게 용기를
북돋울 여건이 없다. 각국은 클린턴의 미국처럼 경쟁력강화에 더
필사적인데 우리는 말만 많을뿐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드물다. 정치판의
소란함만이 현실이고 경제는 겁먹은 시녀들처럼 움츠려있다. 대선후보들이
진정 복지를 약속하려면 그에 앞서 물산장려의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경리사원이 아는것도 모른다면 대권을 어떻게 경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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