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유동적이고 덩치도 커 특정국가의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거나 이로인한
경제운용에 큰 차질을 줄 소지가 크다. 금년1월 주식시장을 개방한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투자자금은 12일 현재 19억5천2백만달러.
금융계일각에서는 이자금이 핫머니성격이 강하다고 보고있다. 우선 최근
증시가 살아나는듯하면서 유입속도가 현저히 빨라져 핫머니의 기민함이
보인다는게 그이유다. 지난6,7월만해도 한달에 6천만~7천만달러에
불과하던 외국인투자자금은 10월한달엔 3억6천1백만달러,이달들어
12일까지는 2억5천8백만달러로 급증한게 이를 대변한다는것이다.

또 유입자금의 상당부분은 국제시장에 단타로 잘 알려진 영국계자금이고
투자대상이 쉽게 처분가능한 한전 포철등 물량 큰 종목이라는 점에서
핫머니 냄새가 짙게 풍긴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이에대한 반론도 거세다. 증권계에서는 최근의 외국인자금이
투자경험이 풍부한 기관들의 자금이며 이 자금이 이익을 조금냈다고해서
바로 도망가는 휘발성자금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국제적인
투자가들의 관심을 끌었던 홍콩증시의 매력이 약해지고 남미증시도
내림세를 보여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자연스런
투자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증권계관계자는 핫머니라면 들어오는 돈만큼 나가는 돈도 많아야하는데
아직 송금액수는 많지않다는 점을 예로 든다. 지난 10월에도 유입액
3억6천1백만달러중 13%인 4천8백만달러만 나갔다. 이달들어서도 유입액의
15%인 4천만달러만 송금됐을뿐이다. 외국인들은 투자패턴에서도 여전히
매수우위를 지키고있다. 일부에서는 핫머니라는 용어자체가 진부하다며
더이상 쓸 말이 아니라는 주장도 한다. 대우증권의 강창희이사는 "정보의
유통이 잘 안되던 시절 고급정보를 먼저 쥔 투자자들이 단기이익을
챙겼을때 핫머니라는 용어가 통했지만 첨단정보시대에 그럴소지는
희박해졌다"며 핫머니의 생명은 끊겼다고 말한다. 또 주식시장이 투기적인
속성을 갖는것은 당연한만큼 외국인들도 일정기간 투자했다가
빠져나갈수있는데 이를 핫머니로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근의 외국인투자자금이 핫머니성격인지의 여부는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어느정도냐에 좌우된다고 할수있다. 통화관리나 환율운용에 큰 짐이
된다면 경계하지않을수 없을것이다.

통화관리면에서는 어느정도 부담을 주는것으로 한은은 보고있다.
지난달말이 대표적인 예. 지난 10월의 평균잔액(한달동안의
하루평균잔액)기준 총통화증가율은 18.2%였으나 월말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외국인 자금은 말잔(말일의 전년동일대비 증가율)기준 증가율은 19.6%로
치솟아 이달초 통화관리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로인해 민간신용이
위축,금리가 뛰는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환율과 주가면에서는 아직 판단키 어렵다.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지난달 원화값이 비싸진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국제수지개선이
가장 큰 이유로 판단되며 외국인자금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확실치않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론 외국인자금이 실물경제움직임과
무관하게 원화값을 비싸지게 만들지만 아직 눈에띄게 나타나지는 않고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준비소홀이다. 초대하고 싶은 손님이 정작 오니까
당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12일까지 들어온 19억5천2백만달러는 원화로 환산하면
1조5천억원을 갓넘는 것으로 이미 예견됐던 규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현재의 외국인투자한도인 종목당 10%를
기준으로 할때 유입규모는 최대 5조원이며 개방초기에는 9천억원에서
2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개방초기유입추정금액보다 아직 적게
들어온 셈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통화관리에 빨간 불이 켜진 것처럼
허둥대는 듯한 모습을 보여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인것은 사전준비에
소홀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예상했던 돈이 들어온만큼
대비했더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개방이 확대되면
외국인자금은 더 빠른속도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어쨌든 정부는
늘어나는 외화유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연기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책도 임기응변에
그치는 것이고 구조적인 대책일수는 없다. 경제의 체질강화를 통해
외부충격을 스스로 흡수할수 있는 자생력을 기르는것이 근본처방일 것이다.
또한 통화의 신축운용등 정책운용의 탄력성을 높여나가는 것도 사후적인
대응방안중의 하나일 것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