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 빈야드(포도밭)에 ‘K농업’을 뿌리내리겠습니다.” 세실 박 와인포니아 대표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있는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의 친환경 비료 등을 활용한 농법은 나파밸리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 농법을 도입해 중장기적으로 나파밸리 전역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박 대표는 나파밸리의 유일한 여성 와인 메이커다. 연세대 식품영양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1년 한국에서 식품회사에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왔다. UC데이비스에서 포도 생산 및 와인 제조를 전공한 뒤 2007년 와인포니아를 설립해 와인 생산과 빈야드 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 론칭한 와인 브랜드 ‘이노바투스’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박 대표는 “아무런 연고도 없이 나파밸리 와인업계에 뛰어든 뒤 ‘10년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살았다”며 “나 자신을 ‘잡초’로 여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리자’라고 다짐한 결과 와인 브랜드가 10주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이노바투스는 피노 누아와 시라즈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쿠베’ 와인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호평받으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박 대표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주요 품종인 시라즈와 부르고뉴 지역의 대표 품종인 피노 누아를 블렌딩하는 것은 일반적인 와인 메이커들이 생각할 수 없는 조합”이라며 “한국인이기에 구대륙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시도를 할 수 있었
고금리와 장기 공실 등으로 수도권 상가 시장이 초토화하고 있다. 임대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놀리는 상가가 즐비하다. 경매시장에서는 감정가의 50% 안팎인 ‘반값 상가’도 외면받는 등 상가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24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수도권 상가의 경매 건수는 작년 동기(817건)의 두 배 이상인 1732건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 2분기(1039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상가 공급이 많은 수도권 택지지구에서는 무더기 경매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하남 감일지구 반도유스퀘어에서 9개 상가가 한꺼번에 경매로 나왔다. 시흥 배곧신도시 내 상가건물 서영베니스스퀘어도 7개 상가가 입찰을 앞두고 있다. 고양 향동, 김포 한강, 하남 미사, 과천지식정보타운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경매시장에서 상가는 찬밥 신세다. 수도권 상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분기 평균 67% 수준이지만 일부 고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반값을 밑돈다. 이마저도 10건 중 2건 정도(낙찰률 22%)만 겨우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인천 청라신도시의 청라스퀘어7 2층 상가(전용면적 137㎡)는 네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10억6000여만원)의 24%인 2억5000만원에 매각됐다.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경기 침체, e커머스 시장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형 부동산 시장 위축이 심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상반기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로 버티던 상가 임대인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김포=심은지/인천=한명현 기자
얼마 전에 지인과 편한 식사 자리가 있었다. 이런저런 세상사를 두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분이 불쑥 휴대폰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적었다. 무얼 적느냐고 물으니 내 말을 듣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메모했다고 한다.그러다 메모에 대한 개인적 경험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분은 메모광 수준이었다. 샤워하다가도 벌거벗은 채 뛰쳐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분의 휴대폰 메모 앱에는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수많은 방이 일목요연하게 정렬돼 있었다. 그 방을 ‘서랍’이라고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일하다가 막히거나 무언가 삶이 답답하면 그 서랍을 열어본다고 했다. 그 서랍이 그분에겐 창작과 성찰의 보물창고였다.그러다 수년 전에 읽은 인상적인 책 제목이 떠올라 이야기했더니 그분이 공감하며 또 메모했다.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는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저자는 16년 동안 국제선 일등석을 담당했던 일본 여성 승무원이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그들에게는 공통된 남다른 습관 몇 가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 하나가 지독한 메모 습관이다. 입국서류 작성으로 분주한 시간, 다들 승무원에게 펜을 빌리느라 바쁘지만, 일등석 승객은 펜을 빌리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만의 필기구와 손바닥만 한 수첩을 지니고 다녔기 때문이다. 책은 수많은 천재와 성공한 이들이 메모광이었다고 소개한다. 존 레넌은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떠오른 가사와 멜로디를 메모지에 적었다. 그 메모로 불후의 명곡 ‘이매진(Imagine)’이 탄생했다. 17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아예 손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