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거의다 지나가고 연말이 다가오는데 국내 금융시장은 폭풍전의
불안한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가 가기전까지는 국내 금융시장개방의 3단계 계획일정이 발표될
예정인데 여기에는 금리자유화 여신관리개선 채권시장개방등이 포함되거나
관련되어 있다. 또한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집권여당이 결정되면
금융실명제의 실시시기에 대해 예측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후보인 클린턴이 당선됨에 따라 통상마찰과
함께 금융시장개방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이 늦어지고 미국과 유럽공동체(EC)사이의
농산물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한미쌍무협상을 통한 직접적인 개방압력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개방은 경쟁심화와 함께 예측하지 못한 위험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두가지 측면이있다. 우리보다 앞선 금융기법과 정보를 가진 외국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경쟁심화와 함께
금융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고객을 뺏기고 경영수지가 악화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나 어느정도는 어쩔수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을
가능한한 줄이기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나라의 금융시장,자본시장,외환시장이 개방되면 국내외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리.주가.환율등의 움직임은 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때때로 국민경제에 큰 충격을 줄수있다. 최근 독일의
고금리정책에서 비롯된 유럽통화위기는 오늘날 국제적인 자본이동규모가
얼마나 크며 각국의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고 오랫동안 개방경제환경에 익숙해진
선진국들도 쩔쩔 매는데 우리의 경우는 말할것도 없다. 특히 우리는
고도성장을 하는 동안 정부주도의 재정금융지원과 경쟁제한에 길들여져
왔으며 시장개방과 경쟁촉진을 얘기하면서도 기득권을 가진 이해집단의
반발로 거의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금융시장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한 나머지 주저하는
기색이나 시장개방을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늦추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3단계 금융시장개방에 앞서 대내경쟁촉진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며 여기에 직결된 과제가 금리자유화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11월21일 금리자유화 1단계조치를 실시했다. 비록
제한된 범위지만 금리변화에 대한 기업과 가계의 반응이 빨라지고
1,2금융권사이의 금리격차도 어느정도 줄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금리자유화는 대부분의 여신금리와 일부 수신금리를
대상으로하는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의 실시시기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가능한한 올해안으로 앞당겨 실시하자는 주장과 금리하향안정이 먼저
굳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 가운데 최근 정책당국은 한은의 재할인금리를
포함한 공금리를 먼저 낮출 뜻을 비쳤다.

정책실시의 시기선택은 어려운 문제다. 더욱이 금리자유화와 같이 큰
변화가 따르는 정책실시의 경우에는 더욱 어렵다. 우리는 이자리에서
언제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못박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자유화조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정책당국에 꼭 지적해야할 사실은 경제현황의
정확한 파악 못지않게 확고한 정책의지와 전향적인 일정제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지난해의 살인적인 고금리와 자금난은 사라지고
올해에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하반기부터는 자금사정도 여유가
생겼고 금리는 지난 몇년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호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계속될 추세를
나타낼것인지 아무도 자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은 연말까지 자금사정에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내년에 있을 금융시장변화에 대비해서 긴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기업도산에 따른 신용거래위축으로 어려운 가운데
담보부족으로 자금시장의 호전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금리자유화조치를 미룰수록 기업의 대응도
늦어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금리자유화를 몇달 앞당긴다고 없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반면 금리자유화조치가 실시된 뒤에도 이것이
정착되기에는 적지않은 시일이 걸리므로 가능한한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경제구조가 바뀌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시장상황을 주목하는 지금 정부는
금리자유화조치를 앞당겨 확실한 신호(signal)를 보내야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