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진애호가들은 누구나 조금씩은 방랑벽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들은 한고장에 오래 머물기를 싫어해서 낯선 거리를 떠돌거나 새로 접한
풍물에 매료되기도 하고 마주치는 온갖 사물에 대해 따스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그들은 정처없는 여행을 좋아해서 철지난 바닷가에
버려진 폐선선에 어른거리는 햇빛이라든지,산간마을의 간이역을 배경으로
산골짜기에 자욱히 피어오르는 안개라든지,또는 마른 갈대숲 너머로
눈부시게 날아오르는 철새떼를 찾아서 불현듯 짐을 꾸려 떠나기도 한다.

역마살이 끼어서였을까. 나도 어릴적부터 발길 닿는대로 무작정
떠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본격적인 여행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들판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거기에도 우리마을과 똑같은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우마차가 다니는 신작로가 있고,낮닭이 홰를
치며 길게 목청을 뽑는 생활이 있었다. 또다른 산모충이를 돌아보면
흰띠처럼 길게 풀려가는 강물이 보이기도 했고,발목이 시리도록 걸으면
흰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와 만나기도 했다.

철따라 피고지는 길섶의 패랭이꽃 엉겅퀴꽃 민들레등 들꽃이 아름답고
밭갈이하는 농부의 맥고모자에 앉은 고추잠자리와 밭두렁을 넘나드는
호랑나미 알록달록한 무당벌레 벼논의 허수아비등 어느것 하나 신기하고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가능하다면 그것들은 각인하듯 마음속에 새겨둘 수는 없는 것일까. 내게
커다란 충격과 감동을 안겨준 대자연의 그러한 모습들을 갈무리해 둘 수는
없을까. 영원한 시간의 흐름속에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단한번의
순간을 잡아 둘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풀어준 것이 사진이었고
나는 나의 시선에 잡힌 사물들을 렌즈에 담아두기로 했다. 그것은 내가 본
사물들에게 느낀 강한 감동을 이웃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됐으며 또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우리시대의 이야기"를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기록해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지난 83년 뜻이 맞는 23명의 사진애호가들이 모여
"영탑"이라는 동우회를 만들었다. 현재의 회원은 39명,이들은 한달에
한번씩 함께 합동촬영을 나가고 매주 일요일에는 조를 짜서 각자 활발한
작품품활동을 하고있다.

현재 회장은 서울여고의 이병재선생이 맡고 있고,부회장은 문선음악사의
박문문선 사장과 김예진씨가,그리고 사진기법의 지도에는 현대칼라의
김고선상무와 김종성씨,조류학자인 경희대 윤무부교수가 열성적이다.
운영위원에는 광일사의 지경만 사장과 백문남씨가,감사는 제일화재의
신부웅씨,총문에 박종현씨,재무에 명일공예의 배창완씨,촬영에는
청주전화국의 김승태씨가 각각 맡고 있다.

그밖의 회원으로는 영탑스튜디오의 권혁진씨,한미은행의
이미정씨,삼희기획의 정영순씨,한국마벨의 안혜경씨,서울대병원의
이오례씨,한국화약의 이응호씨,동광문화사의 정영권씨등 각계각층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진에 뜻을 둔 회원들이 활동중이다.

이들은 월1회의 회원작품 평가회를 갖고 연1회 회원전을 열고있는데
올해에는 지난 10월말 대학로에 있는 예총회관에서 정기회원전을 가졌다.
내년에는 그동안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영탑 10주년 기념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앞으로 회원으로 가입하시고 싶은 분은 762-3223, 703-2211
한국영탑사진연구회로 연락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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