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흔들리고 있다.

실업자가 30개월째 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은 유럽에서는
유일하게,그리고 30년대 대공황이후 가장 오랜 기간인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적으로는 유럽통합의 원대한 계획을 담고있는
마스트리히트조약비준 문제로 존 메이저총리와 현정부의 장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영국의 GDP는 90년중반이후 4%나 하락했다. 실업률은 10.1%로
2백84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같은 실업률은 5년내 최고수준이다.
지금도 매주 8천명의 실업자가 추가되고 매달 5천7백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인플레율은 최근 연3.6%로 EC(유럽공동체)평균치인 4%를 밑돌고 있다.

2년전의 10.9%에 비하면 물가가 크게 안정된 셈이지만 정부가 목표하는
1~4%에 비하면 여전히 위험수위이다.

메이저총리는 소위 일본형 물가상승률인 2%대를 기대하고 있다.

주택가격은 89년10월에 정점에 달한뒤 18%나 떨어졌다.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에 따르면 10명중 1명이 주택융자금에도 못미치는
주택가격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4만여채의 주택이 이같은 이유로 소유권이 포기됐고
상환불가능한 대부금액이 내년말까지 1백억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경제가 이처럼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부진의
영향외에도 그동안 투자등을 게을리해온데 따른 자업자득인 감도 없지
않다. 80년대이후 영국기업들은 수익중 평균45%가량을 재투자에 사용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와 미국기업은 54%,일본 63%,독일 67%등을 재투자한 점에
비하면 영국산업이 경쟁력을 잃게된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전체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9년의 27%에서 89년에는 22%,올해에는 20%까지
줄어 들고있다.

이같은 결과로 기업들은 급변하는 국제시장경쟁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짐으로써 75년에만 1.29였던 수출/수입비율이 85년 0.9,91년 0.94로
떨어져 영국경제는 수입의존도가 커지는 변화를 보였다.

영국경제의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비즈니스스쿨(LBS)에 따르면 내년하반기께나 생산감소세가 멈추게돼
93년에 GDP는 0.9%의 실질성장에 그칠것으로 예측됐다.

인플레는 더딘 경기회복세에 따라 내년에는 금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수
있을 것이지만 94년부터 4%가 넘을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플레재발요인이 상존함에 따라 정부로서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보다는
오히려 금리인상등 긴축금융정책을 선택할 것이라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실업자는 94년 중반까지 계속 늘어 3백20만명에서 멈추게될것이라고 LBS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90년대말까지 실업자수는 3백만명이하로 줄지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경제의 회복전망을 어둡게 하는것은 무엇보다도 기업과 소비자들이
자신감을 잃고있는데 있다.

최근 영국산업연맹(CBI)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응답기업중 26%가 앞으로
4개월간 생산감소를 내다봤다.

경기회복을 전망한 기업은 19%였다. 50%는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또
이들이 결정한 투자규모는 91년 7월이후 최저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대부분 현재 8%수준인 금리를 더 내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ERM탈퇴이후 경기회복의 기대가 일고 있기도하다. 그러나
파운드화의 내림세가 계속돼 최근 2.42마르크까지 떨어졌다. ERM내에서
중심환율이 2.95마르크였던데 비하면 18%가량 평가절하된 셈이다.
이에따라 영국산업경쟁력이 회복되고 ERM에 복귀할 때까지 정부가 금리의
추가인하등으로 약간의 자극만 주면 경기를 부양시킬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가 팽배해 있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메이저총리나 노먼
라몬트재무장관은 인플레억제를 최우선의 과제로 선정,긴축정책을 고집해
왔다.

여기에 메이저총리는 50개의 국영탄광중 31개를 폐쇄하고 3만여명의
광원을 해고하려는 계획을 밝혀 일파만파의 논란을 일으켰다.
탄광폐쇄계획은 반마스트리히트분위기와 엉켜 여당인 보수당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3일부터 시작되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관한 의회토론을 앞두고 여론과
당내세력을 결집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메이저총리로서는 악수를
둔 셈이다. 메이저총리는 반마스트리히트조약에 대한 의회내 반대가
거세지자 부결될 경우 자신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옴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때까지 메이저총리에 동조적이었던 노동당이 메이저총리발언후 돌연
반대쪽으로 기울고 있다. 메이저총리의 인기도가 16%까지 떨어진 지금
총선을 한다면 전세를 뒤집을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여당표만으로는 마스트리히트조약비준을 장담할수 없다. 6백51석의
하원에서 보수당은 겨우 21석이 많을 뿐이다. 그나마도 50~60명의
여당의원은 반대편에 서있다. 만약 마스트리히트조약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는 메이저총리의 정치적인 권위가 치명타를 입게 되고 영국정치 또한
끝없는 혼란속에 빠질 전망이다.

이같은 여론과 정치상황을 인식한 듯 인플레억제를 고집해온 메이저총리는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의회에서 발언했다.

탄광파동도 에너지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후에 다시 재론키로 하는 선으로
후퇴했다.

라몬트재무장관도 인플레없는 성장이 정책의 최우선과제이며 고용창출과
기간시설확충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메이저총리의 이같은
입장선회로 재계와 정계가 고무되고 있다.

남은 것은 파운드화의 ERM복귀여부다. LBS는 금리를 다시 10%로 올려
파운드화 가치를 안정시킨 뒤 파운드당 2.40마르크를 중심환율로 ERM에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시기는 불투명하다.
메이저총리도 조속한 시일내 ERM복귀를 되풀이 강조하고 있지만 늦을수록
좋다는게 정.재계의 바람이다.

문제는 영국경제가 자체 소생력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탄광산업이
경제정책에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영국의 산업구조는 낙후돼있다.

영국경제의 새로운 활력은 대부분 외국기업들에 의해 공급되고있다.
미국기업의 대EC투자중 42%,일본기업의 39%,독일기업의 22%가 영국에
모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70년대 파업과 두자리수의 인플레로 특징짓는 영국병을 치유하고 작은
정부,자유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영국을 다시 세계정치 경제선두에 합류시킨
대처리즘의 영광이 사그러들고 있는 느낌이다.

영국이 또 다시 황혼기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지.
<이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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