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정책의 주요지표들인 성장 물가 국제수지의 움직임을 보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대신 국제수지적자가 줄고 물가가 안정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0일 발표한 "3.4분기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산업생산과 출하가 각각 3. 1%,5%씩 늘어난데 그쳐 89년
4.4분기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따라 제조업가동률도 75.
9%에 머물렀으며 소비도 도소매판매가 3. 9% 늘어난데 그치는 등 낮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10월말까지 4. 7%에 머물렀으며
특히 지난 10월중에는 89년12월이후 처음으로 0. 1% 내렸다. 또한
도매물가도 10월중에 0. 3%가 내려 지난 8월이후 석달째 내림세를 보였다.
이처럼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작황이 좋아 농수산물값이 안정된
탓도 있지만 총수요관리정책으로 초과수요가 억제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힐수 있다.

한편 수출증가와 수입둔화에 힘입어 올해의 경상수지적자는 지난9월말현재
48억1,8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0억3,300만달러나 줄어든데
비해 무역외수지적자는 20억9,000만달러로 두배이상 늘어나 대조적이다.

이처럼 물가가 안정되고 경상수지가 개선된것은 경기침체에 따라 내수와
수입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총수요관리정책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경제동향이 물가안정 "기조"와
국제수지균형"기조"가 정착되었음을 말해준다고 할수는 없다.

물가가 떨어지는 데에는
통화공급축소,실물경기침체,유통구조개선,제조원가하락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수 있는데 이중에서 실물경기침체 말고는 최근의 물가안정에 기여한
원인을 찾을수 없다. 무역수지가 개선된 것도 해외경기호조에 따른
수출증가,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수입수요감소,국산화에 따른
중간재수입감소,교역조건개선등의 원인이 있을수 있는데 최근
무역수지개선의 주요 원인은 수입수요감소이다.

이처럼 이른바 "경제체질의 개선없이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은 경기가 좋아지면 언제든지,그리고 얼마든지
다시 악화될수 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성장우선으로 바꾸어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균형을 무시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살인적인 물가고와 국제수지적자에 허덕이고 물가가
잡히고 국제수지적자가 줄면 기업도산과 실업사태에 시달리는 이른바
"프라이팬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일
뿐이다.

그렇다면 심각한 불경기를 피하면서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균형의
경제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을 높이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가격경쟁력과 비가격경쟁력으로 나눌수 있다.
국내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자율과 땅값,공공요금등
간접비용을 낮은 수준으로 안정시켜야겠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과
공기업의 경영혁신,부동산투기방지등이 중요함은 물론 개방경제의 환경에
대비한 새로운 시장질서 확립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하나로 독과점적인
시장구조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구조의 개선을 꼽을수 있다.

비가격경쟁력은 신기술개발과 품질개선으로 요약될수 있는데 이를 위해
산학협동,교육개혁,경쟁촉진등이 필요하다. 수요공급의 가격탄력성을
높이는 일도 일반상품뿐만 아니라 중요한 생산요소인 땅,돈,인력등에 모두
필요한 과제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들이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마련되고
실시되느냐이다. 이러한 논의가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며 한두번
얘기된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이렇다 하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국내외로 복잡하게 얽힌,그러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경제환경의 탓이 클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큰 원인은 기득권을유지하여 독점적인 이익을 누리고자
하는 이해집단(rent-seeking interest group)때문이라고 하면 잘못일까.
독점이윤을 누리는 것은 최근 관심이 높아진 "재벌"로 대표되는
대기업집단만이 아니다.

후기 산업사회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길러내야할 교육계는 폐쇄성과
배타성,그바바탕에서 자라난 수많은 비리와 무사안일로 제역할을 못한지
오래되었다. "경제의 핏줄"인 금융계도 똑같은 이유로 비효율성과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다. 심지어 이러한 문제들을 감시하고 완화시킬 책임이
있는 언론계와 관료집단도 더 낫다고 할수 없는 입장이다.

우리경제의 체질개선과 경쟁력강화의 첫걸음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경영및 인사구조,이에 바탕을 둔 비능률적이고 비합리적인 사회풍조를
바로잡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