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사정이 좋아지면서 이에따른 영향이 금융시장에 여러모로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중금리가 큰폭으로 떨어졌다. 시중실세금리를 대표하는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올해초의 19%안팎에서 지금은 13%대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단기금리인 콜금리도 11%선까지 떨어졌으며
금리조정이 자유화된 당좌대출금리도 여러차례 인하되었다.

이처럼 시중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짐에 따라 금융상품들의 비중도 변화하고
있다. 수익률이 높은 은행신탁과 CD(양도성예금증서)그리고 저축성예금
등에 돈이 몰리고 있으며 단자사의 CMA(어음관리계좌)나 투신사의 공사채형
투자신탁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은행권의 금전신탁은 올해 9월말 현재
46조7,931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10조3,000억원정도나 늘어나 수익성에
민감한 돈의 흐름을 잘 나타내고있다.

또한 금리와 저축비중도 오랜만에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낮고
단기저축보다 장기저축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직한 변화를 보였다. 한예로
지난 23일 한은이 발표한 "3.4분기 은행수신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말현재
요구불예금등 단기성저축액은 지난 6월말보다 2조3,320억원이 늘어난데
비해 1년이상짜리 장기성저축액은 이보다 2배가량 많은 4조2,700억원이나
늘어났다.

문제는 이같이 여유있는 시중자금사정이 언제까지 계속될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이미 논의된대로 요즈음 시중자금사정이 여유가 있는 주된 이유는
실물경기의 침체와 설비투자의 부진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비록 연말의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정국불안요인이 사라진다해도
실물경기가 짧은 기간안에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당분간 자금수요는 안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시장과 경제구조의 개혁이 없다면 경기변동이나 경제외적인
돌발요인에 따라 살인적으로 높은 금리와 돈가뭄현상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따라서 지금 정책당국이 깊이 생각하고 서둘러 마련해야할
정책방안은 금융시장구조의 개혁,시중부동자금의 생산부문유입,장기적인
자금수급구조의 개선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자금수급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사금융시장의 2중구조를 없애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미 경직적인 통화관리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이 많이 논의되었는데 결국에는 금리의 자금수급조절기능을
살리는 시장중심체제로 갈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먼저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금리격차가 없어져야 하며 공금리와 사채금리의 구분도
사라져야 한다. 이 모든 변화의 첫걸음이 바로 금리자유화이므로 이를
위한 여건조성을 강화해야 한다.

다행히 공사금리격차가 줄어들고 "꺾기"등 좋지못한 금융관행이
일시적으로나마 줄어드는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의 실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은행경영의 합리화와 통화공급량의
하향조정이 이루어져야겠다.

국내은행의 경영합리화노력은 그동안 인원감축과 기구축소등에
집중되었으나 그다지 큰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대출심사기능의
강화와 인사권의 독립이라는 점에서 거의 진전이 없으며 수익중시의
사고방식이 아직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통화공급량도 물가상승률과 실질경제성장률을 고려하여 적정선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특히 자금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통화공급량은
물가상승을 자극하고 이에따라 금리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음을
잊지말아야 한다.

둘째 남아도는 돈이 생산부문에 투자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아무리
자금사정이 좋아도 돈이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동자금으로
남아있으면 경제교란요인이 될뿐이다. 그러나 금리가 낮고 자금사정이
좋다는 것이 투자증대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못된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경기회복을 촉진하기위해 금리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낮추었으나 경기회복속도가 기대이하로 느린 것은 좋은
예이다.

투자증대를 위해서는 금리인하와 자금사정호전말고도 정국안정
기업경쟁력강화 물가안정등 많은 요인이 필요하다. 또한 투자증대가
얼마나 생산적인 부문에 이루어지는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오늘의 투자는
내일의 경제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셋째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수급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축증대와 경상수지의 흑자유지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소비억제와 함께
물가안정을 통한 실물투기방지,부품및 생산설비의 국산화 등이 필수적인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환경을 헤치고 경제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나 시간을 갖고 꾸준히 연구검토하고
해결을 추진하는 일관된 정책의지가 중요하다. 요즈음의 금융시장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도 이와 같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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