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벨벳"은 미국의 조그만 소도시를 배경으로 일어난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영화는 컬트영화의 대표작이라는 명성답게
관객들을 기묘하고 잔혹한 영상체험으로 이끈다.

빨간 장미와 튤립이 피어있는 한적한 소도시 랜버튼. 철물상의 아들인
제프리(카일 맥리클란분)는 집옆 숲속에서 잘려진 사람의 귀하나를
발견한다. 호기심이 발동한 제프리는 귀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추적하며
걷잡을 수 없는 폭력과 섹스의 세계로 빠져든다.

살인용의자로 감시를 받고 있는 여가수 도로시(이사벨라 롯셀리니분)의
아파트에 숨어든 제프리는 변태적인 정사장면을 보게 된다. 프랭크(데니스
호퍼분)는 정신병자같은 불예측성과 가학적 광기를 지닌 마약밀매꾼이다.
도로시는 프랭크에게 아들과 남편을 빼앗긴채 그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있다. 이상한 광기와 비밀,그리고 메조키즘적인 성향마저 지닌
도로시에게 제프리는 점점 빠져든다.

데이비드 린치감독은 74년 역시 컬트영화인 "이레이저 헤드"로 데뷔한
이래 "엘리펀트맨",90년 칸영화제 그랑프리수상작인 "광란의 사랑"등을
연출한 감독이다. 인간이 가진 악마적인 심성묘사를 통해 미국사회의
내면에 깔린 부조리를 풍자했다는 그는 "블루 벨벳"에서도 기묘하고 잔혹한
영상들을 거침없이 펴나간다.

평화스러운 낮풍경(일상)과 퀴퀴하고 어두운 밤세계(범죄)를 극명히
대비시킨다거나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아크릴 화풍의 화면은 영상의 충격을
더해준다.

그러나 "블루 벨벳"에는 토할 것같은 잔혹함이 능청스러운 한가로움으로
교묘히 채색되어 있다.

영화전반에 깔리는 바비 빈튼의 히트곡 "블루 벨벳"과 60년대식의
풍경들,긴밀한 장면에서도 긴장을 슬쩍 틀어버리는 소품들,사건의 앞뒤를
차근차근 이어나가는 느긋한 진행은 보다 현란한 영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마치 옛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전체적인 메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문화적 차이나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저 순간에 보이는 영상대로 느끼는
것이 오히려 옳을 듯하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