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중엽,남달리 호기심이 왕성한 황제가 유럽에 있었다.
신성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 프리드리히 2세(재위 1215 1250)는 "실험광"의
자질을 넘치게 갖춘 장본인이었다.

인간의 소화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두사람의 부하에게 음식을 잔뜩 먹인
다음 배를 절개,위의 소화상태를 조사하는등 잔인한 실험도 불사했다.

황제는 특히 언어학에 관심이 높았던 모양(그자신 7 8개국어를 자유로이
구사할수 있었다). 그는 인류최초의 말을 알아내고 싶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뱉는 "말의씨"를 찾아내고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것이었다.

황제는 전국에서 가장 건강하게 태어난 갓난아기를 선발,실험에 들어갔다.
궁중 유모들에게 최상의 영양상태로 아기를 키우도록 엄명이 내려졌다.
다만 아기의 주변에서는 한마디의 말도 허용되지 않았다. 말의
진공상태에서 아기는 성장해야만 했다. 고명한 언어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기는 순조롭게 자라고 있었다.

황제와 학자들은 말문이 터지기만을 고대했다. 그런데 어느날 이 아기는
"한마디"의 말도 남기지않은채 죽어버렸다. 침묵만이 허용된 상태에서
자라던 아기는 황제의 욕구를 채워주지않은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프리드리히2세가 인류최초의 언어를 찾으려던 실험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아기의 사인에 대한 당시의 기록이 남아있지않아 정확한 원인은
알수없으나 말(대화)이 허용되지않은 이 세상에 아기는 진작에 살맛을
버린것이다.

고도의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주변에 말을 늦게 시작하는 이른바
언어지체아(아)들이 늘고있다.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부부,부모가 헤어진 결손가정,또는 평소 부부사이에 대화가 없는
"저기압"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언어발육이 늦어져 3 4세가 되어서도
간단한 말을 구사하지 못한다는것. 파출부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네살난 한
남자아이는 아직도 "엄마""아빠"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다.
파출부할머니는 아이를 "먹이고""재우고""씻어주기"만 했다한다.

엄마 아빠를 잠깐씩 "면회"한 아기가 엄마 아빠를 제대로 부를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실험실의 아기들을 하루속히 살맛이나는
인간사회로 맞아들여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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