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박건석회장자살사건이후 유족과 채권은행단간에 6년째 끌어온
범양상선에대한 경영권분쟁이 21일 법원이 법정관리개시를 결정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에따라 범양상선은 경영정상화의 길을 밟아 "새주인"에게 공매될것으로
보인다.

서울민사지법 합의50부(재판장 정지형부장판사)는 이날 서울신탁은행등
채권은행단이 지난 4월 법원에 낸 범양상선에 대한 법정관리신청을
"회사정리법에따라 정리절차를 취한다면 갱생가능성이 있다"며 받아들여
개시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범양상선은 앞으로 최장 20년간 8천5백억원에 달하는 부채상환이
동결돼 경영정상화의 길을 모색할수 있게됐으며 그동안 간헐적으로
시도해왔던 제3자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수 있게 됐다.

서울신탁은행 산업은행 외환은행등 범양의 채권단들은 이미 범양에 대한
법원의 법정관리신청이 받아들여질것에 대비해 "매각준비"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채권은행단은 우선 대주주인 고박건석회장 유족들의 지분을 낮추어야만
매각등의 절차를 진행할수 있기때문에 회사정리법의 규정에따라
기존주주들의 주식 3분의2를 소각처리해 감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다른기업에 공매하는 여건조성을위해 은행대출금의 일부를
출자로 전환,유족중심인 대주주의 명의를 바꾸어 나가기로했다.

채권은행단을 대표하는 서울신탁은행측은 "경영정상화가 급선무이며 아직
다른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금융가와
해운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누가 범양을 인수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범양은 불정기화물을 주로 취급하며 회사규모는 자본금 3백82억원,총자산
6천2백35억원,종업원 2천6백여명에 지난해 연간매출액이 4천6백50억원으로
동종업체에서 순위 3위에 랭크된 대형원양선사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경영불안정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선박대체를 제때
하지못하는등 방만한 경영으로 지난해말현재 총부채가 8천5백13억원으로
총자산을 2천2백78억원이나 넘어서게 됐다. 또 누적된 이월결손금이
2천6백81억원에 달해 마침내 지급이자를 6백83억원이나 연체하기에 이르러
파탄지경에 처해있다.
그러나 이같은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채권은행단의 공매절차가
구체화되면 해운회사가 없는 삼성등 재벌그룹과 한진해운등
기존해운회사에서 깊은 관심을 보일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이와관련,해운업계 일각에서는 범양에 대한 처리가 대통령선거이전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있다.

현재 범양상선 총발행주식 7백65만3백21주가운데 유족측지분은
4백29만3백21주로 56.16%를 차지하고있다.

채권은행단은 고박회장의 장남인 박승주씨가 지난해 4월 경영에 참가하여
11월엔 회장에 취임,경영권을 장악했으나 은행측이 요구한 자구노력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않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법정관리를 통한
매각방침을 굳힌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한편 채권은행단이 법원으로부터 회사재산보전처분결정을 받아
손진관사장(61)등 관리임원을 범양에 파견하자 유족측이 임명했던 기존
김광태사장이 계속 같이 회사에 출근하는등 갈등을 빚었으나 이번
법정관리개시결정으로 채권은행단의 대표격인 서울신탁은행이 관리인으로
선임됨으로써 경영권에 대한 법적시비가 일단락됐다.

<노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