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수익률이 최근 급속도로 떨어져 연14%대의 하향돌파를 눈앞에
두고있다.

8일의 회사채수익률 연14.30%는 3년반만에 최저수준이어서 지난89년이후
지속되어온 고금리시대가 마감될 것이란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작년10월에 연20%까지 수익률이 치솟았던 사실을 상기하는 투자자들은
아찔한 현기증까지 느끼고 있다.

이처럼 채권수익률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게 된 가장큰 배경은 시중에
자금이 남아 돌고 있는데 있다.

지난9월 추석이 지나면서 민간에 방출되었던 추석자금이 금융기관으로
빠르게 되돌아오기 시작,한은은 탄력적인 통화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예년같으면 기업의 대출요구를 거절했을 은행과 단자사들은 자금이
남아돌자 돈을 싼 이자에 쓰라며 이곳 저곳에 "대출세일"을 벌이고 있다.

최근의 자금여유는 전적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감소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강력한 총수요관리정책이 지속된데다 기업은 경기부진과
정국불투명을 우려해 설비투자를 크게 줄이며 돈을 안쓰겠다는 입장을
보이고있다.

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은 90년 18.4%에서 91년에 12.8%로 줄어든데 이어
올상반기에는 6.4%로 뚝 떨어졌다.

자금의 주요 수요자인 기업이 돈을 빌리지 않겠다는데도 총통화(M2
)증가율은 18.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채권수익률급락의 또다른 배경은 올들어 채권수요기반이 급격히
확장된데에 있다.

각 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일반인으로부터 끌어들인
고금리신탁상품자금을 대부분 채권에 투자하고있다.

투신사의 공사채형수익증권도 수탁고가 계속늘고있어 채권수요의 저변을
넓히고있다.

결국 은행이나 투신사에 돈을 맡긴 일반투자자들은 이들 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채권매입에 나선 셈이다.

증권사에 거액RP(환매채)판매를 자유화한것도 채권수익률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주식시장침체로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고있는 증권사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먼저 산뒤 이를 은행등 여타 금융기관에 담보형식으로 맡기고 돈을
빌려써왔다.

증권사가 인수한 채권을 일정기간동안 다른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꼴이 돼
채권의 매물부담을 크게 덜어냈다.

지난6일 현재 증권사의 거액RP매각잔고는 2조5천4백억원을 웃돌고있다.

이외에 당국의 강력한 금리인하의지도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이란 공감대를 형성시켜 금융기관들이 수익률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채권을 사도록 재촉했다.

채권의 공급이 제한받는 상황에서 시중자금사정의 여유를 바탕으로
채권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채권시장은 "머니게임"의 결전장으로 바뀌고있다.

이전의 채권시장은 단순히 자금운용의 방편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각
금융기관이 높은 운용수익률을 올리기위해 철저히 경쟁하는 전장으로
바뀌었다.

최근 채권수익률흐름의 주도권은 증권사가 쥐고있다.

예금이 들어와 이를 할수없이 채권투자에 써야하는 투신이나 은행은
장단기채권을 가리지않고 무조건 "사자"에 나서고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있는 증권사는 물량을 내놓지않아 수익률을 의도한 대로
끌어내린 뒤 적당한 선에서 물건을 팔고 다시 물량보유작전을 펴는 수법을
쓰고있다.

작년 10월이후 채권수익률은 세차례의 급락국면을 맞고 있다.

작년 10월과 올 7월의 급락국면에서는 단기금리가 크게 내리지 않은
가운데 채권수익률만 이상급락해 다시 반등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중자금사정여유를 바탕으로 단기금리가 먼저 하락하고
있어 비교적 장기금리인 회사채수익률이 더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4.4분기 시중자금사정도 여유로울 것으로 예상돼 채권수익률이 더
떨어지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하나 이달말에 증권사의 거액RP가 대거
만기되고 11,12월에 집중된 회사채 차환물량이 수익률하락세를 일단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여러가지 경제여건으로 비추어볼때 채권수익률이
대세하락추세에 놓여있기는 하나 당분간은 연14%대에서 쉬었다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