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초과자금수요에 시달리던 국내금융기관들이 최근에는 돈이
남아돌아 걱정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경기둔화에 따른
투자부진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든데 비해 통화공급량은 충분하기
때문이며 이에따라 시중의 여유돈이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의 금전신탁,단자사의 CMA,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등에
지난달에만 1조7,000억원 이상의 돈이 몰렸으며 특히 단자업무축소와
중개어음출현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던 CMA잔고가 9월에는 4,075억원이나
늘어나 자금사정의 호전을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자금사정에 여유가 생김에 따라 당장 시중 실세금리가 떨어지는
한편 금융기관들은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실세금리를 대표하는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지난 8월의 16%선에서 10월초에는 14.
9%선으로 크게 떨어졌으며금융기관사이의 콜금리도 단자사간 1일물기준으로
9월의 15%수준에서 지금은 11%선으로 낮아졌다.

이에따라 은행은 신탁상품의 수익률을 떠받치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으며 여유돈이 넘쳐나는 단자사나 보험회사는 마땅한 자금수요처를
찾지못해 골머리를 앓고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은 부도가능성이나 사양산업 또는
한계기업이라는 이유로 돈구하기가 여전히 어려워 9월의 어음부도율이 0.
14%로 지난 7,8월에 비해 오히려 더높아졌다. 만일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실물경제로 연결되지 못한 여유자금이 물가불안을 부채질할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인플레기대심리가 있는데다 내년에는
그동안 미루어졌던 공공요금인상이 있을 예정인데 돈이 남아돈다면
경기침체속의 물가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동자금이 실물경제에 생산적으로 투자되지 못하고
부동산투기에 몰리는 최악의 경우도 있을수 있으며 이때는 그동안 애써
이룩된 우리경제의 안정기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염려가 크다.

따라서 최근 자금수급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요즈음 금융권에 돈이 남아도는 이유는 투자위축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실물경제의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불안까지 겹쳐 기업의 투자심리는 매우
움츠려있다.

게다가 신용이 좋은 대기업들은 중개어음등을 통해 필요한 돈을 충분히
확보해둔데 비해 정착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부도위험때문에 돈을
얻기힘들어 남는 돈을 금융기관에 묵혀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통화공급사정도 상당히 여유가 있다. 한은의
총통화증가율목표가 18. 5%임에 따라 올해 4.4분기중에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조1,400억원이 많은 5조7,000억원이 공급될 전망이다.
또한 정부부문에서도 재정지출등을 통해 2조 3조원의 통화공급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최근의 소비진정추세와 경상수지흑자로 민간부문이나 해외부문을
통한 통화흡수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자금수급의 불균형때문에 생길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들을 고려해야한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자금수급의 불균형을 될수록 줄이기 위해 기업의
설비투자촉진,재정긴축,통화공급축소등을 추진해야 한다. 돈이 남아돌아
실세금리가 떨어진다면 좋은 일이 아니냐고 얼핏 생각할수 있으나
물가불안등 여유돈의 경제교란가능성말고도 기업의 설비투자부진에 따른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저하를 생각할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산업구조조정과 경쟁력강화를 위해 아직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그만큼
우리경제의 바탕이 약하고 이에따라 경제운용의 폭이 좁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밖에 없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따라서 민간투자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재정부문은 긴축되어야 하며
실물경기와 자금사정에 맞춰 통화공급목표율도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경제의 만성적인 초과자금수요를 잠재우고
"꺾기"등 고질적인 금융비리를 뿌리뽑으며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금리격차를 줄이는 금융구조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제2단계 금리자유화의 실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겠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있고 금리하락세도 더 지켜볼 필요가 있으므로
실시시기를 꼭 올해안으로 고집할 필요는 없으나 여건조성에 힘쓴뒤
내년상반기중 가능한한 빨리 실시할 필요가 있다.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국내외경기도 어느정도 회복되는 내년에는
기업투자도 되살아나리라 기대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오랜 과제인
금융개혁의 여건조성을 통해 실시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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