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책이 더 안팔린다.

책읽기 가장 알맞다는 9 11월 도서판매량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독서주간""92서울도서전"등 대형이벤트가 집중적으로 몰려있고
대형서점들이 가을맞이 판촉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는데도 책판매 성수기인
3월에 비해 절반정도에 지나지 않고 있다니 새삼 놀라게 된다.

이처럼 가을에 책이 안읽히는 이유는 레저를 즐기려는 행락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되고 있다. 특히 주독서층인 대학생및
사회초년생들 사이에 날씨가 좋은 가을철에 독서를 하기보다는 야외로
나가는 풍조가 만연돼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등식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10월6일자 23면참조)
이러한 현상은 80년대 중반부터 였다니 바로 "레저.향락풍조"가 싹트기
시작한게 그때부터라는 얘기다. 그 대신 신학기가 시작되는 2 3월이
도서판매성수기로 떠오른 것이다.

이쯤되니 "등화가친지절"이라는 옛 선현들의 명구가 쥐구멍을 찾게 되었고
"독서주간"이니,"서울도서전"이니 하고 겉으로만 번지르르 잔치판기분내며
으쓱해하는 행사관계자들의 습관성 치 증에 아연해 할뿐이다.

지난해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밝힌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가운데 한달동안 한권의 책도 읽지않는 사람이 무려 61%나 되고 가구당
도서구입비는 일본의 40분의1에 불과하다니 내일의 나라 꼬락서니가 너무도
뻔해 통탄이 아니라 비명이 나올것만 같다.

각국 공공도서관의 국민1인당 장서비율을 살펴보면 더 한심하다.
수준높은 북구나라들과 비교하는건 뭣하지만 덴마크의 6. 76권에 비해
한국은 1인당 0. 15권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덴마크의 45분의1이란
얘기다.

더구나 말레이시아나 튀니지보다 낮다니 얼굴을 들수조차 없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문화국이라고 걸핏하면 목에 걸고 뽐내던게 부끄럽기
한량없다. 한마디로 잘라 낯뜨거운 "독서후진국"인거다.

책이란 형식 그 자체가 독립된 인간의 창조물이다. 기능적 정보자료들이
영상매체등의 효율적방법으로 제아무리 몰려든다해도 교양 사색 사상의
지주로서의 책은 오히려 변함없는 비중으로 그 생명력에 결코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생각나는 말이 있다. 인생은 한권의 책과 같다. 미련한 사람들은
그것을 건성건성 읽어버리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정성들여 그것을 읽는다.
왜냐하면 그는 한번 밖에 그것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좌우지간,책을 안읽어도 너무 안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