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화 폭락을 둘러싼 영국과 독일간 불화가 외교차원의
마찰로까지 비화됨으로써 양국관계가 2차대전이후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있다.

유럽통합을 가로막는 난제극복을 위해 긴급소집될 오는 16일의
EC(유럽공동체)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촉발된 두나라간 마찰은 EC내
"편싸움"으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이에따라 단일통화도입을 놓고
답보상태를 면치못하고 있는 유럽통합노력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영국과 독일간 불화는 영국파운드화가치폭락을 독일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재촉했다는 영국측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런던주재 독일대사관이 언론에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사가 최근의 유럽금융시장 혼란에 대한 독일측의 조치를
옹호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독일대사관으로부터 입수,보도한 것이다.
헬무트 슐레징거 분데스방크총재는 이성명서에서 "분데스방크가 파운드화
재평가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파운드화가치하락을 유도했다는
영국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독일은 오히려 EMS(유럽통화제도),특히
파운드화가치를 유지하기위해 4백40억마르크가 넘는 거액을 쏟아부었다"고
주장했다.

영국정부는 이에대해 독일대사관이 분데스방크의 관련문서를
"비밀문서"인양 언론에 일부러 흘려 이같은 보도를 유도했다며 헤르만 폰
리히트호펜 런던주재 독일대사를 불러 해명을 듣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두나라간의 이같은 마찰은 덴마크와 프랑스가 독일측을 두둔하고 나선
반면 마르크화강세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영국에
동조하고 나섬으로써 EC내 편싸움으로 이어질 기세다.

두나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자 메이저 영국총리는 1일 영국유선방송인
SKY-TV회견을 통해 "이제 독일과 벌여온 말싸움에 선을 긋자"며 사태수습을
촉구했다. 컨켈 독일외무장관도 이날 "이제 독일과 영국관계에서 진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두나라간의 마찰심화로 EC통합의 방향및 절차를 앞두고
이견을 보여온 각국들의 입장조정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각국간의 경제력및 정치적상황이 상이한한 유럽통합과정은 갈등의 연속이
될것으로 보인다.

<이종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