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경제에 관한 각조사기관의 발표가운데 음미할 만한것은 얼마전에
나온 한은의 "2.4분기자금순환동향"이다. 고리자 자금난으로 알려진
기업자금환경과는 달리 개인부문의 2.4분기중 여유자금이 1년전보다
1조6,000억원이 늘어난 4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기업부문은
자금부족규모가 전분기보다 2조7,000억원이나 줄어든것으로 돼있다. 개인
잉여자금의 증가는 과소비의 진정화에 따른 소비증가율의 감소이며
기업부족자금 규모감소는 내실을 다지는 감량경영에서 나온 현상으로
본다면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본다면
그것은 중요한 사실을 외면하는것이 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수없다.
특히 기업 부족자금규모의 감소는 기업설비투자축소로 빚어진 현상이며
그렇다면 이는 내년이후의 우리경제의 생산성 기술수준 향상이 어려워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부문의 자금잉여분에 의한 기업자금충당분의 증가가 기업의
자금난해갈에 도움을 줌으로써 기업의 부족자금규모가 약간 줄어든 점도
있지만 기업자금 부족규모감소의 결정적 원인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설비투자부진에 있다는게 본란의 소견이다.

전분기에 대비해 높아졌다는 개인의 기업자금보전율은 86 88년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68%이며 일본의 177%,독일의 279%,대만의 339%에 비하면
개인자금의 기업부문유입은 너무 미미한 수준에 있는 것이다. 이는 개인
잉여자금이 생산부문에 활용되기 보다 단기 고수익을 노린 소위 재테크에
투입되는 경향을 말한다.

자금은 없지 않은데 왜 기업자금수요(기업부족자금규모)를 줄게 하는
설비투자축소현상이 일어나는가.

경제 전망이 확실치 않고 투자를 하면 이익보다 손해를 볼 확률이 더 많은
상황에서는 투자할 의욕이 나지 않는 법인데 여유자금은 없지 않은데
설비투자부진으로 기업자금 부족규모가 줄고 있다는 현실은 지금의
우리경제가 바로 그런 상황에 있음을 말한다. 실제로 2.4분기중
설비투자증가율은 전분기(8.6%),전년동기(14.7%)에 비해 크게 낮아진
4.3%에 그쳤다. 최근 주요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은의
조사결과에서도 전년비 20.5% 감소로 나타났다.

이제 제조업의 설비투자부진은 이대로 방치할수 없는 국면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