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은 한정된 세수의 테두리안에서
재정기능을 효율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예산은 세수한계와 안정기조유지라는 틀에 갇혀 "긴축"도 "팽창"도
할수없는 형편에서 어정쩡하게 끼워맞춘 "중립예산"의 성격이 짙다.

경제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 시급한 분야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상반된 논리에서 출발한 예산편성의 불가피한 결론이라고
볼수있다.

연말 대선과 정권교체기를 앞둔 과도기에 편성된 예산으로 정치권의
영향에 흔들렸다는 점도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더욱이 민자당과의 당정협의를 마친뒤 중립내각구성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회심의과정에서 정치성 선심예산의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규모면에서 본 이번 예산안은 일반회계가 총 38조5백억원으로 올해보다
14.6%늘어났다. 재정투융자특별회계를 포함한 본예산대비로는 금년에 비해
13.3%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율은 내년도 경상성장률 12~13%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부가
긴축예산이라고 말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긴축예산"편성이 불가피했던 또다른 이유는 근로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세부담 경감조치로 약 1조2천억원의 세수가 줄게됐기 때문이다.
조세경감조치가 없을 경우 일반회계증가율은 18.2%에 달한다는게 정부의
계산이다.

이같은 예산편성으로 국민 한사람이 내년에 부담하는 담세액은
1백15만4천원. 올해보다 11.7% 늘어나 경상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또
조세부담률도 금년과 같은 수준인 19.1%에 그쳐 경제안정기조에 춰
재정팽창을 억제하려는 의지를 읽을수 있다.

세출면에서도 정부청사및 일반건물 건축비를 동결하는등 시급하지 않은
사업을 억제하려는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성역이나 다름없던
방위비가 9.8%증가에 그쳐 85년(8.3%)이후 8년만에 다시 한자리수증가로
억제된 점도 특기할 사항중의 하나다.

그러나 내년예산안이 과연 긴축편성됐는지에 대해선 이론이 적지않다.

추경편성후의 예산증가율이 13.6%(일반회계기준)로 올해의 6.8%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수준이어서 긴축예산이란 주장은 일단 설득력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89년과 90년 예산증가율이 20%안팎에 달했던 때와 같은
팽창예산이라고 단정짓는데도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세입내세출"원칙을
지킨 "중립예산"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긴축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던 정부가 당정협의과정에서 일반회계증가율을
당초 13%에서 14.6%로 높인것은 긴축의지가 약화된 증거의 하나다. 비록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3천억원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것도 마찬가지다.

민자당의 요구로 상향조정된 일부 예산의 경우도 대선용 선심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을만하다.

세법개정을 통해 1조2천억원의 세금을 경감한 것이나 경부고속전철건설
영종도신국제공항건설의 경우도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새만금방조제축조사업은 기획원측이 효율성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5백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정치적 영향에 좌우된 예산편성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수있다.

불요불급한 행정비나 경직성경비를 억제하고 사업비를 늘린다는
재정구조개혁 의지도 당초에 비해 퇴색됐다.

지방교부금이 8조3천9백55억원으로 올해보다 16%나 늘어난 반면 사업비는
14%증가에 그쳐 아직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공무원증원을 당초
요구의 3분의1 수준으로 억제했음에도 인건비가 13.4%나 늘어난 점도
매한가지다. 긴축의 고통을 분담하기는 커녕 비대해진 제 몸집을
유지하는데 돈을 쓰고있다는 얘기가 된다.

재정개혁의 한계는 유류세를 목적세로 전환해 사회간접자본확충에만
쓰겠다는 계획이 좌절된데서도 드러난다. 기존 재정구조를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만 한 셈이다.

예산낭비의 소지를 없애기위해 내년부터 사업성과에 따라 예산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도 그대로 실천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정본연의 기능이 회복될수 있도록 재정구조를 개혁하는 작업과 함께
정치성 선심예산에 대한 보다 철저한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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