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 이념의 대립과 갈등, 권위주의와 독재는 역사의 章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개인의 존엄과 창의가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
다. 이 세기적 변혁은 어느 한 나라, 한 민족이나 세계 어느 한편의 승전보
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승리입니다.

평화와 번영은 인류의 머나먼 꿈이 아니라 우리가 이룰 수 있는 목표로 우
리 앞에 있습니다. 그것은 자유와 개방이라는 큰물결이 오늘의 세계를 이끌
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세계는 갈등과 대결을 뛰어 넘어 보다 큰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힘의 논리가 아닌 법과 도덕이 강조되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구축되고 있습니
다. 지난 반세기동안 유엔이 기다리던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드디어 우리앞
에 다가온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새로운 국제질서로 정착시켜 항구적인 평
화체제를 모색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위업을 달성하는데 있어 유엔은
중추적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유엔이야말로 편견없는 공정한 중재자이며
이곳이야말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평화의 전당이기 때문입
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무총장이 최근 제출한 <평화를 위한 과제>는 매우 시의
적절하고 의미가 크다고 믿습니다. 나는 이 보고서가 예방외교, 평화조성,
평화유지 그리고 평화구축등 국제평화와 안전유지의 모든 분야에서 유엔의
기능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 국제안보에 있어서 가장 큰 불안요인은 核무기같은 대량파괴무기와
첨단 재래식무기가 분쟁지역과 분쟁잠재지역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현상입
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정부는 核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
전장치 강화에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1995년에 핵확산금지조약
이 연장되는 것을 전폭 지지합니다.

제네바 군축회의가 24년간에 걸친 과정을 겪어 <화학무기금지협조안>을 타
결한 것을 우리 정부는 환영합니다. 이 협약이 이번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기를 기대하며 대한민국은 이 협약에 바로 가입할 것입니다.

인류가 저개발과 빈곤,기아와 질병등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 위협을 지혜
롭게 극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평화와 번영을 말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번
영의 힘이 냉전을 종식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 그힘으로 저개발과 빈곤을
몰아내야 합니다. 이제 동서의 대립은 끝났으나 남북간의 격차는 더욱 심화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공동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가장 선행되어야 합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생활개선과 경제발전을 위하여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
다. 선진국들은 낙후된 지역의 빈곤을 몰아내고 삶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하
여 경제원조, 투자, 기술이전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속적인 도움을 제공해
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세계는 하나>라는 인식아래 이를 실천에 옮길 때 오늘의 도전
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나라와 지식과 정보를 나누
고 교류와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남북사이에 교량역할을 해 가고자 합니다.

지난 6월의 유엔환경개발회의는 지구의 환경보전을 위한 새로운 시발로 기
록될 것입니다. 이제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은 서로 배타적인 목표가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빈곤과 기아의 굴레아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도 확보하지 못
한채 뒤늦게 공업화를 시작한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환경보전만을 무리하게
강요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세기로 가는 넓은 길
이 제3세계의 희생아래 설계되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자유와 인권의 빛나는 승리를 거두고 있는 오늘에도 우리는 조직적 인권유
린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탄압
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이를 방지하는 것은 인류공동의 책
임입니다.

또한 전쟁내란 빈곤이 만들어낸 수많은 난민에 대한 국제적 구호와 지원활
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수민족의 보호는 해당국의 안정뿐아
니라 세계평화에 직결되는 인권문제로서 모든 나라는 이에 따른 의무를 준수
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93년 세계인권회의 개최를 환영합니다. 나
는 이 회의가 국제적 인권 보호체제를 강화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
합니다.

나는 韓.中수교와 다음주 나의 中國방문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동북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북아는 이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의 보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년전 나는 이 연단에서 `동북아 평화
협력회의''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되기에는 아직도 많
은 장애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습니다. 우리가 하
기에 따라서는 이러한 구상을 얼마든지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세기에 들어 무려 다섯번에 걸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발발한 이 민감함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이 지역의 안정은 물론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긴요한 일입니다.
나는 서로간에 이해를 증진하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나아가 공동번영을 촉
진하기 위해 이해를 갖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 대화의 기회가 마련되기를 희
망합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공통의 인식과 협력의 틀이 정착되면 진정한
새 동북아평화질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말 "남북간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기본합의서"와 ''한
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채택되고 금년 2월에 발효되었습니다.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 극단적으로 대치했던 지난 47년을 생각하면 이 성과는 극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세부적인 실천사항은 아직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호방문등 인도주의적 사업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한반도 현실입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이 금년 6월 중순까지 실시키로 합의
했던 상호핵사찰도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남북
관계의 진전을 가로 막는 최대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核개발 움직임은 한반도의 장래를 어둡게하는 먹구름이 되고 있습니
다. 그것은 동북아의 평화를 해치고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 유엔회원국이 된 북한이 하루빨리 核개발 의혹을
말끔히 씻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한반도에는 1백70만의 중무장한 병력이 서로 대치하고 있
습니다. 나는 남북한의 젊은이들에게 왜 동족에게 총뿌리를 겨눈채 긴장과
희생의 나날을 보내어야 하는지, 설명할 말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
리 겨레는 반드시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실망하거나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
과 대화하고 교류 협력을 추진할 것입니다. 남과 북은 서로 스스로의 힘으
로 교류의 큰 길을 열고 협력의 따뜻한 손을 마주 잡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남과 북은 한 얼을 확인하고 깊은 믿음을 회복하여 평화통일의 위
업을 달성할 것입니다.
강압에 의해 묶여진 민족은 독립하고, 타의에 의해 분단된 나라는 다시 만
나는 것이 역사의 순리입니다.
東西냉전의 마지막 유산인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경계선이 지도에서 사라
질때 세계는 비로소 냉전시대와의 완전한 결별을 축하하게 될 것입니다. 분
단된 한반도가 동북아에서 긴장과 대립의 중심이 되었듯이 통일된 한반도는
이제 지역에 평화와 번영의 가교가 될 것입니다.
`평화와 번영의 21세기''를 창조하는 것, 그것은 곧 유엔의 이상과 인류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평화와 번영의 21세기''는 한반도의 통일로 시
작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