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제작의 중심이 연출자에서 기획자로 바뀌고 있다. 극단 대표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던 연극제작관행이 전문기획단체의 등장과 함께
각분야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합리적인 제작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연극제작에도 과학화 전문화의 바람이 불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의 동인제식 극단이 퇴조하고 전문기획단체를 중심으로
작품의 성격에 따라 인력이 모이고 흩어지는 "기획극단시스템"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서 뚜렷이 나타난다.

동인제식 극단이 연출자나 제작자 위주의 폐쇄적인 운영과
아마추어리즘적인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반면
전문기획단체들은 재빠른 변신으로 관객들의 입맛에 맞는 공연물을
제공하는 기민성을 보이고 있다. 또 뛰어난 홍보활동으로 흥행을
지속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있다.

현재 활발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전문기획단체로는 예술기획
푸른생명체(구 대학로기획)와 정프로젝트 환퍼포먼스등을 꼽을수 있다.
예술기획 푸른생명체의 대표 조종원씨는 금년 "불 좀 꺼주세요""이원승의
시치미굿 하늘텬 따지""뮤지컬 난센스"등을 기획,장기공연에 성공함으로써
연극가에 새로운 흥행사로 떠올랐다.

금년 1월 막을 올린 "불 좀 꺼주세요"는 창작극으로는 드물게
폭발적인인기를 누리며 4백회공연 7만관객돌파의 고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91년6월 시작한 뮤지컬 "넌센스"역시 인켈아트홀
현대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지난 17일부터는 미도파 상계점의
메트로홀로 자리를 옮겨 대표적인 흥행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씨는 장기공연이 흔히 빠지기쉬운 매너리즘을 극복하기위해
공연사진거리전시회,연극신문의 발행등 다양한 이벤트로 관객의 관심을
끌어내는등 뛰어난 기획력을 보이고 있다.

환퍼포먼스는 공연때마다 작품에 맞는 연출과 배우를 끌어다 쓰는
스타시스템 위주의 기획이 특색.

최근 충돌1소극장에서 공연중인 "러브(Luv)"에서는 김철리연출에 영화배우
강리나와 이호성 김학철씨등을 캐스팅하여 전형적인 소수정예의 제작방식을
보이고 있다.

전문기획단체의 등장외에도 학전 청파소극장등 극장이 상주극단을 두거나
대관을 위주로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기획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볼수 있다.

연극계에서는 이렇게 기획의 역할이 점점 중요시되고 있는것을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연극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연극도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하고 있다.
연극문화의 양적팽창이 가져온 필연적인 질적변화라는 것이다. 그러나
연극계 일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연극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칫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흥행에만
집착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