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임금차별철폐의 기치를 내걸고 법정투쟁을 벌여온
이선자국민은행노조부위원장(38)이 주위의 설득과 동료조합원들의 외면으로
끝내 백기를 들고 말았다.

지난해3월 사무직여성노동자로서는 처음으로 남녀동일임금청구소송을 냈던
이부위원장은 최근 담당재판부인 서울민사지법합의41부에 소취하서를 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부위원장은 20일 기자와 만난자리에서 "소송을 제기한이후 은행측의
끈질긴 취하압력과 동료조합원들의 외면으로 외로운 법정싸움을 더이상
감당할수 없어 무릎을 꿇었다"고 실토했다.

이부위원장은 타은행들은 남.여행원간의 임금격차가 개선됐으나 유독
법정투쟁을 벌이고있는 국민은행만은 개선되지않아 성원을 보냈던
여행원들마저 항의하고나서 고심끝에 소를 취하키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이부위원장의 제소로 피고입장에 선 국민은행이 대법원의 최종판결이난후
임금제도를 바꾸겠다고 버텨 이부위원장이 두손을 들지않을수 없었다.

1심에서 이긴다해도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오려면 5년정도가
걸리기 때문. 그동안 빗발치는 여행원들의 항의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것.

또한 남녀동일임금 판결이 나오면 고용주가 여성인력의 신규채용을
기피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여론도 무시할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국민은행은 이부위원장이 소를 취하하자 곧 남.여행원간 호봉승급 격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대부분의 직장내에 남아있는 남녀임금불평등의 벽을 법원을 통해
깨뜨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픕니다"
이씨가 청구한 금액은 임금채권시효인 소제기전 3년간의 임금
9백92만여원에 불과하지만 여성민우회등 여성단체에선 이 소송이
사문화되다시피한 남녀고용평등법상 "남녀동일노동 동일임금"조항을
여론화시킬 호기라고 판단,재판결과를 주목해왔다.

이는 남녀임금평등을 주장하며 서울지법서부지원에 제소했던 연세대
여자청소원 남길자씨(46)등 2명중 남씨는 법원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청소업무는 남녀간 근로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패소한데다 나머지 한
명도 학교측과 합의,소를 취하했었기때문.

여성계로서는 이부위원장의 직장이 비교적 남녀간 업무내용이 비슷한
사무직이어서 "이씨 재판"을 본격적인 남녀임금차별 철폐를 위한 법정투쟁
1라운드로 보고 기대를 걸었었다.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이씨가 개인소송으로 내지않고 여러 명의
집단소송으로 제기했으면 끝까지 대응,승소할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같은 아쉬움에도 불구,이씨의 소송이 여론화되면서 금융기관의
남녀호봉차별이 점차 줄어드는등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

또 이부위원장도 "동료들의 일터인 국민은행측도 다른 은행처럼 여행원의
행원승진시험자격 근속기간을 15년에서 12년으로,또 내년부터는 10년으로
점차 단축키로 한것을 볼때 소송제기의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74년 국민은행 "여행원"으로 입사,15년만에 행원이된 이씨는
소송진행중인 지난해 8월 뒤늦게 결혼한 맞벌이 부부이기도 하다.

<정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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