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적이탈과 공정선거를 위한 중립내각구성을 밝힌 노태우대통령의
"9.18결단"은 단체장선거문제에 관권선거파문으로 시계제로상태였던
냉각정국을 푸는 일대계기를 만들었다.

제각각의 정치적 계산속에서도 여야 모두 이같은 조치를 환영했고
국민적인 평가 또한 그 어느때보다도 후했다.

유엔총회방문을 위해 20일 미국방문길에 나선 노대통령의
서울공항환송식에는 과거에는 볼수 없었던 야당대표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같은 광경은 정국이 꼬인 가닥을 풀고 무엇인가 순항할수 있을 것 같다는
암시를 국민들에게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국민적관심은 이제 정국이 어떻게 잘 풀려 나가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치권이나 일반국민 모두가 해법을 그려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번 조치는 우리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향후 전개과정에 대한
명쾌한 도식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예상되는 것은 국회정상화를 포함한 정국의 복원이다. 단체장선거
년내실시를 주장하며 국회보이코트와 장외투쟁을 선언했던 민주당의
유연해진 태도가 눈길을 끈다.

노대통령이 방미에 나선 같은날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대중민주당대표는 거듭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중립내각이
3당합의를 거쳐 명실공히 초당적인 중립인사들로 구성된다면 12월
대선에서의 공명성이 보장될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년내단체장선거실시요구를 보류할수 있다는
입장의 강력한 시사로 풀이된다. 김대표가 단체장선거의 년내실시를
그토록 요구했던 이유가 "관선단체장들로 대선을 치르는 것은 이미 승패가
갈린 싸움을 하는것"이라고 역설했던 점을 상기할때 민주당이 이번 조치에
거는 기대를 충분히 가늠해 볼수 있다.

이같은 민주당의 태도는 이번 조치가 과연 진실성이 담겨있느냐 하는
의문을 상당히 검토한 뒤 최소한 일부에서 이야기되는 것처럼 "이번 조치도
노-YS의 작품"이라는 주장은 일단 부정적이라는 판단이 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정주영국민당대표와 야당대표회담을 갖고 야권의
대응방향을 논의할 예정인데 정대표는 우선 3당대표회담을 열어
노대통령과의 4자회담에 앞선 중립내각인선을 조율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표가 이 자리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던 3당대표회담문제에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자신의 방중일정이 끝날때(이달30일)까지 여야가
개각인선내용의 협의를 마칠것을 당부한 점에 비추어 무조건적인
4자회담만을 주장하기는 어려울것 같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가관측통들은 일단 야권이 이번조치를 환영한만큼 3당대표 또는
4자회담에서 내달 5일께까지 중립내각의 조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야권도 명분이나 실제에 있어 득될것이
없는데다 얼마남지 않은 대선전략수행에 여야 모두 부담을 느낄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립내각구성이 완료되는 것과 때를 맞추어 국회도 정상화 될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국정의 담당자로서 나라살림인 예산과
국감,민생현안들을 그때가서도 멀리할 명분이 없게된다. 사실상 회기가
짧아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할 것이다.

물론 이같은 정국전망은 글자 그대로 제반문제가 물 흐르듯 풀릴때만이
가능하다.

협의를 거친다고는 하나 여야가 중립내각구성에 어느정도 의견을
같이할지도 미지수이고 야권은 계속 실제로 정부와 민자당이 완전히
단절되는가에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선거에 있어 여권의 프리미엄과 공무원의 조직력,방대한 결집력에 무한한
기대를 걸었던 민자당이 이번조치로 가시화될수 있는 모든 장애를
허심탄회하게 수용할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결국 스스로 정권말기의 과도정부를 자임한 6공과 국민에 부끄럽지 않게
정당한 승부를 펼쳐보겠다는 여야가 서로 협조해서 정국을 풀어나가는 것이
최대의 관건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양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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