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시행된 지난88년4월부터 현재까지 이 법에 따라
검찰에 고소 고발되거나 법원에 제소된 사건은 통틀어 6 7건 남짓하다.

직장에서 부당하게 차별받는 여성의 상담이 여성단체마다 줄을 잇고
있는데도 정작 법적 절차를 밟는 사례가 이처럼 적은 것은 법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법이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법따로 현실따로 괴리돼있기 때문이다.

법자체의 실효성문제도 크지만 그나마 지도 감독에 소홀한
행정기관,여성들의 자구노력 미흡,법조계등 사회전반의 인식부족등
법외적문제점도 여성의 평등한 사회활동을 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89년 시행1년만에 한차례 개정이있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이
남아있다.

선언적 의미만으로는 법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고 구체적 기준이나 위반에
따른 강력한 처벌규정등이 뒤따라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추상적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
이에대한 구체적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

똑같은 가치의 일을 하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받을수
없도록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6조의 경우 같은 가치의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해석상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남녀간 업무구분을 비교적 뚜렷이하고 있는 국내 근로여건에서
양자의 노동가치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기준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연세대 일용직 여성근로자 남길자씨 임금차별 소송사건을 맡았던
조용환변호사는 "동일가치 노동의 기준을 노동수행에 필요한 기술 노력
책임및 작업조건등 4가지로만 추상적으로 열거한 현행법아래서 동일가치의
노동을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과
상충되는 벌칙규정도 문제점.

남녀간 평등한 대우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5조를 위반한 경우
5백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돼 있으나 같은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를 어겼을때는 2백50만원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부당해고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은 5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남녀고용평등법은 2년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이하의 벌금으로 낮춰 규정하는 모순을 빚고 있다.

이밖에 분쟁해결절차도 상징적으로만 정해져 있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남녀차별분쟁의 조정을 담당하는 고용문제 조정위원회는 전국에
6곳뿐이어서 서울노동지방청 고용문제조정위원회(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가
강원도지역 근로자의 분쟁까지 관할하는등 근로자가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이 위원회의 조정안은 권고에 그쳐 아무런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는것이 큰 문제점이다.

설치된지 4년이 지나도록 신청건수가 전국을 통틀어 5건뿐이라는 사실은
이같은 문제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잘 지켜지는지 여부를 지도 감독할 인원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노동부산하 근로감독관은 1인당 2백 3백곳의 사업장을 맡아 지도
감독하기때 때문에 남녀차별문제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을정도로 업무가
과중하다.

더욱이 대부분 남성이어서 남녀차별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자발적으로
남녀고용평등법준수여부를 지도 감독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여성개발원의 김엘림책임연구원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특별감시할 전담인력이 필요하다"며 "지도 감독도 소홀한데다
분쟁해결절차도 구속력이 없어 근로여성의 어려움을 풀어줄 책임있는
기관이 없는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일할 권리에 대한 인식은 기업주뿐아니라 사회정의를 심판해 주는
법조계 여성자신까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전국사무금융노련이 조합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녀고용평등법에 남녀차별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못하는 여성이 50.5%(남성24.8%)로 조사돼 여성의 인식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나타냈다.

여성민우회의 윤정숙노조사업부장은 "여성자신의 일인만큼 앞장서서
자기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있을경우 혼자 끙끙
앓지말고 노조나 여성모임등을 통해 집단적 분쟁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노혜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