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졸여성의 취업문은 대단히 좁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속에 각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고 특히
인문계열출신의 신규채용이 더욱 큰 폭으로 줄고있어서이다.

30대그룹등 대기업 가운데서도 아직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곳이 많고
확정했더라도 여대생 채용규모를 결정한 곳은 거의 없다.

지난해 그룹공채와 별도공채를 통해 2백5명의 여대생을 뽑은 현대그룹의
경우 올해는 1백명이상은 뽑기 어렵다는 분위기이다.

현대는 86년이후 연평균 60 1백여명의 여대생을 뽑아왔으며 전계열사를
통해 대졸 4급이상사원이 약 8백명가량 된다.

지난 86년 가장 먼저 여대생을 대규모로 공채한 대우그룹은 올해에는
인턴사원을 중심으로 50 70명정도를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금년초 50명의 비서직을 뽑은데 이어 9월중에 비서와
소프트웨어직으로 1백명의 대졸인력을 새로 채용한다.

4대그룹가운데 여성대졸자의 채용규모가 가장 작은 럭키금성그룹은
상반기중 20명을 이미 채용했으며 하반기에 30명정도를 선발할 계획이다.

이밖에 선경 쌍용 기아 한국화학 효성그룹등 10대그룹은 여대생 공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을 갖고있지 않으며 대개는 전체공채때 5 20명의 여대생을
뽑거나 비서직 전산직등에 결원이 생기면 수시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경향은 나머지 대부분의 대기업그룹에 공통된다.

예외적으로 항공회사를 갖고있는 한진그룹과 금호그룹이 연간
전체대졸채용규모의 20%를 넘는 1백50 3백명이상의 대졸여성을 충원해왔고
올해도 1백명이상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의 대졸여성 채용은 전반적으로 전체채용규모와 비례하긴 하지만
그룹별 특징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다.

같은 인원을 뽑는 기업이라도 전자통신분야나 금융계열사가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대졸여성 채용비율이 높다.

예를 들어 증권 보험 투자금융등 금융계열사 비율이 높은 동양그룹은
지난해 전체 3백24명의 대졸신입사원중 27명의 여성대졸자를 채용했다.

반면 석유화학 시멘트 중공업등 지방근무가 많은 장치산업체가 주종을
이루는 쌍용 한국화약그룹등은 여대생의 채용비율이 낮다. 또 건설업체가
중심이 된 동아 대림 벽산 우성그룹등도 여대생의 채용규모가 미미하다.

전체채용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여대생 채용비율도 지난해와 비슷한
5%수준이라고 보면 30대그룹의 하반기 여대생 채용규모는 올해 6백 7백명에
그칠 전망이다.

교육부통계에 따르면 93년2월의 여대생졸업예정자는 약 6만3천명으로
예상된다. 이가운데 70%만 기업체취업을 원한다고 가정해도 취업을
희망하는 4만4천명가운데 대부분은 30대그룹이외의 곳에 취업을 하거나
취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때문에 실제로 많은 대졸여성이 흡수되는 곳은 광고회사와 호텔
여행사등 관광업계 서비스업종과 중견기업 외국계은행 상사등이다.

광고회사의 경우 일부 그룹계열사는 그룹공채로 모집하기도 하지만
수시채용을 하는 곳이 많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채용의 30 40%정도는 여성대졸자로
충원된다.

호텔 여행사등 관광업체와 유통업체등에서도 비교적 다양한 직종에 걸쳐
여성대졸자를 뽑고있다.

외국계 은행및 무역상사등에서는 오래전부터 많은 대졸여성인력을
뽑아왔으며 성차별이 없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시티은행등 일부 대형은행과 IBM등은 공채제도로 인력을 선발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연중 접수된 이력서로 결원이 생기면 충원하거나 학교추천을
받아 채용한다.

자본시장개방으로 국내 진출이 늘고있는 외국계 증권.보험회사들 역시
당장은 아니라도 1,2년내 신규인력수요처로 눈여겨볼 만한 곳이다.

국제법률및 특허 송무를 담당하는 국제법률회사들도 연평균 50 80명
정도의 대졸여성을 흡수하는 곳이지만 대개는 학교추천이나 연중 수시로
접한 이력서를 보고 면접후 채용한다.

이들 다양한 업종의 국내업체및 외국계회사들은 실제로 많은 여성인력을
채용하면서도 채용방법이 비정기적인데다 연고채용이 많아 대졸여성 취업은
쉽지않다.

따라서 더 많은 대졸여성인력이 활용되기 위해선 대규모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대기업의 혁신적인 인사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대기업체 입장에서는 대졸여성 인력활용에 본격적으로 나설수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여대생들의 응시원서를 보면 학과제한이 없을경우 90%가 어문계열 사범대
가정대출신입니다. 상경대 공대출신은 10%도 안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은 상경 법정 공대출신인데 말입니다"
김인영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인사조직팀 차장은 나름대로의 고충을 이렇게
말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과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과의
수급구조불균형문제가 여대생들에게서 훨씬 극명하게 나타나고있다는
지적이다.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의 김학수인사팀차장도 이공계수요가 70%에 달하는
대기업그룹의 인력구조상 어문계출신이 절반을 훨씬 넘는 여대생의
채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30대그룹사의 경우 한진 롯데 두산그룹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절반이상의
인력을 지방공장등 현장에 배치해야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지방대출신이나 지방에 연고자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현장배치가 어려워
대졸여성 인력활용의 제한요인이 되고있는 것이다. 그룹내에서는
대졸여성공채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고 자부하는 대우에서도 공채여성
가운데 중부이남지역의 공장이나 해외영업부서등에 배치된 인원이
극소수이다. 현대는 아직까지 전산계통 기획 홍보비서등에 치중돼있다.

그러나 이미 입사해 2년이상이 지난 대졸여성들의 경우 배치된 부서에서의
근무평가는 비교적 좋다는 것이 주요그룹 인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정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