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론"과 "문학론"을 피력하는 자전소설이 유행하고 있다.

소설가나 시인인 작가자신을 주인공으로 설정,허구의 형식을 빌려 소위
"전망부재 문학의 위기"에 대한 작가자신의 대안을 제시하고 이는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사색 과정과 결과를 전하는 형식으로 독자에게 친밀감과
안정감을 준다는 찬성론과 자칫 관념소설로 흐르기쉽고 소재나 구성이
제한적이라는 비판론이 팽팽한 가운데 "자전소설"은 작가의 현실처방의
형식으로 양산되고 있다.

올해의 "이상문학상"수상작으로 결정돼 출간 한달만에 베스트셀러 상위에
뛰어오른 "숨은꽃"(양귀자작 문학사상사간)을 비롯 "내가 누구인지 말할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이인화작 세계사간)"살아남은 자의 슬픔"(박일문작
민음사간)"시인 마태오"(박상우작 세계사간)"차와 동정"(하창수작
동아출판사간)등이 나와있고 또 특별한 문학론 피력은 없지만 중진작가인
박범신의 "잃은꿈 남은 시간"(중앙일보사간)조성기의 "에덴의
불칼"(민음사간)장석주의 "낯선 별에서의 청춘"(청하간)등도 이런류의
자전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특히 "숨은 꽃"과 "시인 마태오"는 적극적인 문학의 새길 모색으로,새로운
문학주의의 제시로 평단의 주목을 받고있다.

이들은 특히 전망부재의 현실앞에서 허무주의에 빠지는 신진
포스트모더니즘작가군과 비교된다.

이념이 압도하던 70 80년대를 산다는것이 그들에게는 홍역처럼 치러야
했던 통과의례. 이들의 입장은 이인화의 한마디로 요약해 볼수 있다.
이인화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의 후기에서 "이
다음에 올 사회를 이야기해주던 삶의 좌표들,인간에 대한 이상주의적인
이해와 역사발전의 합목적적인 법칙을 이야기해 주던 이론들이 사라진
거대한 사상의 빈터위에 나는 서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차분히 뒤를
돌아보고 삶을 정리할수도 없다"라고 전망부재의 상황을 요약하고 있다.

한편 "절대적 신념과 가치가 붕괴된 시대에 있어서 과연 진정한 의미의
삶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제기한 것"(권영민)으로 평가되는 "숨은꽃"에서
양귀자는 소설가인 나의 생각을 빌려 "지금 내앞에 주어진 미로는 너무
교활하다. 지식과 열정을 지탱해주던 하나의 대안이 무너지는 것을 신호로
나의 출구는 봉쇄되었다"고 전망부재의 현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좌표가 사라졌다고는 해도 좌표가 있던
자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닌데"라며 용기를 갖고 "숨어사는
거인찾기""숨어있는 꽃들의 꽃말찾기"를 하는 것을 새 문학의 길로 잡는다.
역사나 시대상황에 파묻힌 삶의 가치의 재조명,"다시 문학주의로!"의
복귀를 스스로 맹세하는 것이다.

박상우도 "시인 마태오"를 통해 "소설,시 쓰기"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시인인 문화부기자 마태오가 70 80년대 권력에 굴복할수 밖에
없는 언어의 한계를 자각,허무주의에 빠졌다가 다시 시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에서 그는 "시대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서도 시대를
극복하는 시"를 새로운 시의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이같은 자전소설의 유행에 대해 평론가 이남호씨(고려대교수)는 "사회와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란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에서 사회적 쟁점을
소설형식으로 재구성하는데 한계를 느낀 작가들이 자신의 개인적 체험에
눈을 돌리고 그것도 사회와의 연관속에서가 아니라 주관적 체험에 좀더
밀착하게 되는것"이라고 분석하고 전망부재의 시대에 부산물로서 나오고
있는 반수필적인 이 소설들은 대안의 모색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