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족의 문화산물을 해외에 전파하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중의 하나가
서적의 번역출판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질적인
언어와 사고구조하에서 쓰여진 저작물의 내용을 다른 외국어로 옮겨
놓는다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게 볼때 번역은 한 민족의
문화산물인 저작물의 해외확산에 필수선행조건이 아닐수 없다. 그동안
우리 문학작품들이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에 도전해 보았으나 번번이 무위로
끝난 것도 작품의 창작정신을 오롯이 살릴수 있을 정도의 번역수준에
이르지 못했었음을 말해 주는 사례라 할수 있을 것이다.

번역은 두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하나는 알기 쉽도록 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원작의 뜻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이나
학문적 저술의 내용을 개념과 사고양식,은유와 함의가 다른 외국어로 100%
그대로 번역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스어로 된 원전이 라틴어로
고쳐질때 그 뜻이 달라지고,또 그것이 다시 여러나라 말로 번역되면서 그
뜻이 원전과 더욱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만큼 번역작업은 지극히 어렵기
짝이 없다.

오늘날 나라 사이에는 경제전쟁 못지않게 문화침투전쟁이 가열화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2차대전 이후 문화경제학이라는 학문분야가 등장하면서
문화상품수출이 날로 파고를 더해 가고 있다. 우리주변을 둘러 보더라도
그러한 현상을 실감하고도 남는다. 외국 미술가들의 작품전이 줄을 잇고
외국의 발레단이나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인들의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출판계 또한 그러한 추세는 마찬가지다. 외국저작물의 국내번역출판이
한해에 3,900여종으로 총출판도서종수의 17%나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저작물의 해외번역출판은 과거 몇십년동안에 모두 235종밖에 되지않는
것을 보면 "출판식민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을 일으키게도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안도를 느끼게 하는 점이 없지않다. 국내저작물의
해외번역출판이 1987년 국제저작권조약 가입이후 5년동안에 반에 가까운
113종이나 늘어났다는 출협의 조사분석결과다. 한국출판문화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보여준 바로미터라 할수있다. 문예진흥원의 해외출판기금을 적극
활용한 결과임은 물론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번역자의
양성이라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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