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발산업이 최근 침체일로를 걷고 있지만 부단한 한국산 품질
세계으뜸.재기열쇠OEM 탈피,자체브랜드로 시장개척 나설때
"신발산업이 경쟁력을 잃었다. 이제 한국신발은 끝났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신발에 관여하지 않던 업체들이 속속 신발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국적을 갖고있는 교포 실업인 김중용씨는 지난6월 국내에
그리스동서무역이라는 신발업체를 설립,"스페이스K"라는 자체브랜드 신발
생산에 나섰다. 스페인 그리스등지에서 여행업을 하며 국산신발을
수입,현지판매를 해왔던 김씨가 아예 국내에 신발회사를 차리고 직접
신발을 생산,수출하려고 나선 것이다.

모피업체로 유명한 진도패션은 지난달 "잰터스"라는 자체브랜드 신발로
미국시장에 상륙하겠다고 발표했다. 미프로농구선수와 전속광고계약까지
체결한 이 회사는 미현지에 판매법인을 설립,나이키 리복등과 겨뤄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산업은 최근 미국의 청바지.신발업체인 게스사와
신발부문 독점라이선스 계약을 체결,"게스브랜드"신발의 독점판매권을
인수하며 신발산업 참여를 선언했다.

"신발이 안된다 안된다 하면서도 새로운 업체들이 잇따라 신발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신발산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신발협회 이순성상무는 신발의 질로볼때 아직까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어디에서도 최고의 신발로 꼽히고 있다며 신발사업재기의 열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업체들에는 기존의 신발업체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아닌 자신의 브랜드신발을 만든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한결같이 해외 내지는 세계최대 신발시장인 미국에
판매거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동서무역은 대표인 김씨가 여행사를 경영해온 관계로 세계84개국에
광고채널을 갖고있고 진도는 모피로서 이미 세계시장을 누빈 바 있어
세계시장정보에 밝다. 두산산업은 미에 현지판매법인이 있는 것외에
무역상사로서 갖고있는 세계시장에 대한 정보와 "게스"상표가 이미
미국에서 갖고있는 지명도를 등에 업고있다.

기존 대부분의 신발업체 수출담당부서 직원들이 10년이 가깝도록 해외출장
한번 못 갔다온 것과는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그동안 우리나라 신발산업의 과제로 기회가 있을때마다 지적돼온 것이
"자체상표개발"과 "해외마케팅강화"였던 점에 비추어볼때 이들 업체들이
기존 신발업계에 시사하는바가 크다.

또 이들에 앞서 신발산업에 뛰어든 삼성물산 (주)쌍용 (주)선경
(주)코오롱등 종합상사들이 해외정보망을 활용,자체브랜드신발수출을
늘려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거론된 업체들은 대부분 기존 신발업체들이 갖고 있지못한
자금력과 정보를 어느정도 갖추고있어 OEM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많은
신발업체들이 당장 이같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전체 신발수출의 95%가 OEM방식으로 이루어지고있는 현실을 외면하고는
신발산업의 장래를 말하기 어렵다.

OEM신발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가 가격경쟁력상실에 있는 만큼
신발제조원가 인하없이는 신발산업재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그러면 제조원가를 내리는 것이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신발은 지난5년간 평균14%의 임금상승으로 중국 동남아에대한
경쟁력을 상실했다. 우리 신발업계평균임금이 8백달러선으로 중국(70달러)
인도네시아(90달러)의 10배 수준인데다 제조경비중 노무비 비중이 30 35%로
중국(8 10%) 인도네시아(10 12%)와 비교가 안되기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수출가격 20달러짜리 신발을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평균 21달러14센트가
들어 1.14달러를 출혈수출하는데 반해 인도네시아는 16.80달러가 들어
켤레당 3.2달러가 남는다.

문제는 임금상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기술연구원의 유헌수박사는
"우리 신발업체에는 생산관리라는 개념조차 없어 원자재의 50%가량이
없어지고 있다"며 "자재관리 공정관리를 개선해 원자재사용률을
80%선까지만 올려도 전체제조원가의 20%를 절감할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는 외국과 임금수준비교만 할것이 아니라 생산관리에서 비용을 줄여
승부하는 것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강조한다.

제조원가인하는 바로 임금상승억제보다는 효율적인 원자재관리를 통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OEM신발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밖에도 OEM체제하의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국제상사의 정동인수출과장은 "그동안 우리업체는
해외바이어와 상담을 해본적은 없고 접대만 해왔다"며 "앉아서 주문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바이어를 찾아나서 우리신발이 갖고 있는
장점을 이들에게 납득시키면 현 가격체제로도 질로써 경쟁할수 있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중남미 유럽등지에 새로운 시장을 꾸준히 개척하고 미국내에서
중소바이어를 새로 물색하는 작업을 계속한다면 한국신발산업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