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당시까지 계속되던 원화약세(환율상승)가 환율변동폭확대를
계기로 약세폭도 커질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변동폭확대첫날 원화값은 강세를 연출했다. 그결과 은행들은 원화약세를
예상해서 매집해놓은 달러를 서둘러 내다팔기 시작했고 이것이
달러약세(원화강세)에 불을 댕긴것이다. 이같은 과정에서 외환딜러들
사이엔 "원화가 약세를 계속하던 시절은 지난게 아닌가"하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원화강세가 계속 이어지고있다.

물론 환율변동폭확대첫날의 빗나간 전망과 외환딜러들의 심리변화가
원화강세의 주인은 아니다. 외환전문가들중엔 최근의 원화강세가
국제수지적자개선에 뿌리를 두고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달러화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시장평균환율제도 아래서는

국제수지동향이 환율변화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게 사실이다. 수입이
늘어 달러화수요가 많으면 달러값이 뛰고(원화약세.환율상승)거꾸로 수입이
줄고 수출이 늘면 달러화수요보다는 벌어들인 달러화공급이 많아 달러값이
떨어진다.

최근들어 국제수지가 개선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달러수요는 줄고 공급은 많아졌다는것을 의미한다.
달러약세.원화강세를 수반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즉 심리적으로는 상반기와 같은 원화약세가 계속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기조적으로는 국제수지가 개선되고있어 최근의 원고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바로 기조적인 개선추세를 보이고있는 국제수지가 절대적으로
여전히 적자(달러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인 만큼 원화강세가 큰 힘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하반기 경상수지적자규모를 14억달러,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억달러로 각각 내다보고있다. 이들의 전망대로 적자가 지속되는 한
원화가 앞으로도 계속 강세현상을 잇기는 힘들다. 오히려 약세기운을
띨수밖에 없다. 다만 상반기보다는 적자가 훨씬 줄고 있다는 점에서
약세기운이 희미할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상반기와 같은 속도의
원화약세는 이제 더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소폭의
약세를 보이거나 아니면 현재의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으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당초 연말환율을 달러당 8백10
8백20원으로 봤다가 8백원 정도로 수정치를 내놓고 있다. 8백원에
이르기도 어려울것으로 내다보는 은행도 있다.
이에따라 은행들의 외화운용전략도 바뀌고있다. 외화를 가능한한 오래
보유하던 방식을 버리고 매입하는 즉시 그만큼을 되파는(외화의
균형포지션)방식을 택하고있다. 말하자면 외화의
균형(스퀘어)포지션전략을 취하고있는 셈이다. 은행들이 수출기업으로부터
네고(외환매입)한 외화를 곧바로 팔아 산 외화와 판외화의 양을 똑같게
유지한다는 말이다. 상반기에는 원화약세가 계속되자 달러화가 더
비싸질것에 대비,가능한한 매입외화를 오래 갖고있다가 팔아치우는
매입초과포지션을 유지했었다.

제일은행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많은 규모의 외화매입초과포지션을
유지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달러화가 크게 비싸질
요인이 없는 만큼 외화매입초과포지션을 줄이거나 균형상태로 가져가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