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마술""통계의 환상"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사회의 정태적 동태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통계의 위력을
가리킨다. 작성하는 쪽의 의도에 따라 통계는 "약"이 될수도 "독"이
될수도 있다. 특히 정치.경제적으로 경직된 사회에서는 체제의 우월성이나
지도자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통계가 곧잘 왜곡되곤 한다.

89년부터 시장경제도입을 위한 경제개혁에 발걸음이 바쁜
옛공산주의국가들은 통계적인 자료미비로 정책수립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 공산정권하에서 작성된 통계들이 도무지 믿을 수 없는데다
자본주의체제에 맞는 통계작성방식에 아직 숙달되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진영은 농업과 공업부문의 생산활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물질생산시스템"(MPS)을 통계작성에 이용해왔다. 물론 서비스업은
제외됐다. 반면 자본주의진영에서는 서비스업까지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소득계정시스템"(SNA)을 채택하고있다.

통계작성방식의 교체에서 오는 혼란은 러시아등 옛 공산진영 곳곳에서
볼수 있다.

최근 러시아는 EC(유럽공동체)의 전문가 2명의 도움을 받아 서방선진국과
비슷한 광범위한 국가통계를 작성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은
46%가 줄었고 올1.4분기중 실질임금도 43% 떨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유용한 일부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통계는 곳곳에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상반기중 러시아재정적자는 GDP(국내총생산)의 20%에 달한 것으로
서방세계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발표된 통계는 재정적자가 GDP의 5%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예산에 포함된 50억달러의 외채상환부담을
러시아정부가 상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운영하는 연.기금의 흑자폭이 GDP의 3%에 달해 실제
재정적자는 다시 2%이하로 줄어 든다. 올상반기중 러시아의 재정이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서방국가들보다 향상됐다는 이같은 통계자료는 누구도 믿을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기초자료수집을 러시아정부로부터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정치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동유럽국가선두주자로 서방자본을 대거 받아 들이고 있는
헝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경제개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간부문이
GNP(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계작성자에 따라서 10%부터
50%까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러시아와는 달리 여러갈래의 원인에서 유래한다.
헝가리에서 민간부문을 측정할수 있는 방법은 상무법원에대한
등록,중앙은행의 자금지원,공기업의 매각등 3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주식회사나 무한책임회사등의 대부분이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정부가
자본을 대고 있는데 있다. 법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사실상
공기업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통계작성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세제혜택을 기대해 민간기업들이 매출을 일부러
줄여 보고하는데 문제가 있다.

냉전체제때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하기위해 작성된 옛통계자료의
허구성도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수가
없다"는 한 헝가리 경제관료의 고백은 이들 국가통계자료의 현주소를
열심히 보여준다.

<이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