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우리나라 공식방문이 9일 느닷없이
연기된 것은 우리에게 두가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첫째는 양국간에 합의된 정상회담을 러시아측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분명히 그 잘못을 지적해둘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외무부는 정상회담 연기는 유감이지만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고 있지만 그같은 대응은 지극히 미온적인 것이다.

더욱이 옐친대통령의 방한 연기가 러시아.한국관계에서가 아니라
러시아.일본관계에서 기인된 것이므로 국가의 체면을 위해서나 장차 교섭의
실리를 위해서도 부당성을 지적해두어야 한다.

러시아측은 옐친의 방한이 연기된 이후 쇼힌부총리를 단장으로한 대표단을
서울에 급파해 미해결의 양국경협문제를 매듭지으려하고 있는것 같다.

우리정부는 옐친의 방한이 돌연 연기된직후 러시아측에 "그렇다면
11월초순이나 10월하순께 방한해달라"고 공식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반드시 그렇게 서둘러야 하는지는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있다.

옐친의 극동2개국(일본및 한국)순방이 무기연기된직후 체르노뮈르진
러시아부총리와 볼스키 전러시아기업가연맹 회장이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받은 과정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체로노뮈르진 부총리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및 한국방문이
무기연기된것은 쿠릴문제외에도 이 양국과 합의를 예정이었던 각종
경제적인 사안들이 부적절하게 준비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여운을
남겼다.

그는 특히 야쿠트가스전개발등은 전적으로잘못 진행되고 있다고 비난해
이를위해 동자부장관이 두차례나 다녀간 우리측을 당혹하게 만들고있다.

대우등 우리나라측 야쿠트컨소시엄이 손잡고있는 전러시아기업가연맹의
볼스키회장은 물론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역시 뒷맛이 개운치않다.

진임동자부장관의 지난달 러시아연방정부및 야쿠트지방정부 방문 역시
의정서교환의 절차방법을 둘러싸고 말들이 적지않았다.

이같은 한.러간의 경협진전상황을 고려할때 굳이 대통령의 임기말을
화려하게 꾸미기위해 억지춘향식으로 옐친대통령 "모셔오기"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즉각적인 항의와 꼼꼼이 시간을두고 챙겨가는 협상만이 두번
모욕당하지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