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나흘연휴 첫날이다.

어제 초저녁부터 서둘러 달린다는게 날이 훤히 샌 지금에야 녹초가 된채
동네 어귀 개울따라 나있는 샛길로 접어들었다.

"담 추석에는 꼭 차 몰고 올테니." 지난 설 때 동생들 한테 으시댔던 그
약속대로 몰고 온 새차를 먼지투성인채 동네안에 들어설수야 없지.
차를세워 유리창 이마팍과 앞턱을 대강 훔치고 운전석에 고쳐앉아 시동을
거니 새로 힘이 샘솟는다. 시골 내고향은 언제나 이렇게도 뿌듯하다.
물론 올 추석이야 유별나지만..

아직도 길바닥에서 고장난 발동기처럼 덜커덩 멎었다. 한참만에 굼뱀이
기듯 몇발자욱 가다가 또 서면서 끓어 오르는 억센귀심들이 스스로를
달래고도 있으리라.

기차타고 가는 귀향길 시간보다도 훨씬 길게 느껴지던 예매표 장사진의
줄서기 지겨움도 말끔히 잊어버린채 12년째 대풍이라는 황금빛 출렁이는
들녘을 차창밖으로흘려보며 빙긋이 웃고 앉은 귀심 또한 많으리라.

용케도 일요일이 꼬리에 붙어 나흘 연휴라서 더더욱 신바람 난다.

희한하게도 올추석에는 전통 민속주가 불티나니 그것 또한 썩 좋다.
차례술은 물론이요 시골어른들 선물로도 안성맞춤이다. 안동소주,문배주
이강주등 어느새 가짓수도 스무종이 넘고,값도 양주보다 싼데다 예로부터의
우리들 입맛을 되찾아 주니 말이다.

전통먹거리 떡도 눈에 띠게 되살아나고 있다. 쌀 소비확대 권장에 올
추석대목부터 수요가 부쩍 늘고 가짓수도 풍성하다.

다른 한가위 선물도 올해는 알뜰하게 2 3만원짜리가 잘 팔린다니 이래
저래 세상도 차분히 가라앉아 가는듯도 하다.

하지만 말이다. 추석이 왔는데도 봉급마저 받지못한 근로자가 3만명을
넘긴다니 참으로 안쓰럽기 짝이 없다.

노동부에 따르면 7일현재 임금체불업체가 246곳에 모두 633억원이나
밀렸단다. 이것은 지난해보다 체불임금은 무려 6배,체불근로자수로는 거의
3배나 되는 것이다.

이들 근로자들은 1인당 근 200만원가량을 받지 못한채 고향에도 못가는
것이다. 뫼가 높으면 골자기는 깊어야만 하는 것일까. 멀리 고향하늘만
쳐다보고 한숨짓는 "분통귀심"도 여기 있는 것이다.

또 양로원등 불우이웃들을 찾는 온정의 손길마저 뜸해 작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유달리 올해는 쓸쓸한 추석맞이가 될것같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우리네 옛속담은 게으른 목민관의
양언이다. 그냥 가난이 아닌 일하고 못받은 체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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