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수전연기군수의 "관권선거"양심선언은 제2이동통신에 이어 정국을
또다른 격장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치단체장선거의 연내관철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는 민주당은 5일
대전역광장의 "연기군등 관권부정선거규탄및 한전군수양심선언국민대회"를
신호탄으로 장외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장외투쟁에는 뜻을 달리했지만 국민당도 7일부터 본격적인 자체진상조사에
나서 대여압박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일과성으로 이번 사건을 넘기려던 여권도 물증이 확인되고 여론의 향배가
불리하다고 느끼자 방향을 급선회,검찰에 수사를 공식요청하는 결과로
발전했다.

정치권은 당분간 관권선거의 회오리를 벗어나기 어려울 듯 싶다.

.이번 사건은 민주.국민당등 야권에는 엄청난 호재임이 틀림없다.
단체장선거의 연내관철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민주당과
김대중대표로서는 명분에 있어 이 이상의 재료를 찾기가 힘들 정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총선에서 한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이렇듯 관권과 부정이 동원됐던
상황에서 단체장선거를 하지않고 대선을 치르겠다는 숨겨진 의도는 너무나
분명하다"는게 민주당측 주장이다. 대여투쟁을 가시화한 민주당은 명분과
실리를 이번에는 모두 취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를 거듭 쟁점화함으로써 여권의 단체장선거연내불가논리를
궁색하게 만드는 한편 국민들의 대정부.여당신뢰도에 결정적인 흠집을 낼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가하면 공무원들에게 민주화시대 관권개입이 결국은 자신의
공직경력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단체장선거없이 대선이 치러진 경우에도 관권개입을 일단
최소화할수있다는 의도를 깔고있다.

국민당은 이같은 관권부정선거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연기지역에서
당선자를 냈다는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는듯 하다.

국민당이 민주당과 공동으로 장외투쟁을 벌이지않고 독자적인 대여공세를
펼치는 진의도 여기에 있다. 독자투쟁이 아닌 야권투쟁으로 나갈 경우
자당의 이미지가 희석될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정주영대표는 6일 충남 서산에서 가진 지구당위원장연수대회에서
"거듭말하지만 김영삼총재는 더이상 지체없이 단체장선거실시를 국민앞에
밝혀야한다"면서 "민자당은 국회가 정상화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저들의 행태를 볼 때 믿을 구석이 없다"고 논박했다.

김대중 정주영대표는 지난 4일의 대표회담합의대로 "관권선거"를 매개로
한 대여압박에는 과거 볼수 없었던 공조가 이루어질 것임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야권은 물밑접촉을 통해 비록 여권이 이종국충남지사에 대한 문책을
단행한다해도 이상연안기부장(당시 내무장관)에대한 책임도 규명하자는
정치공세를 계속 펼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량당은 자칫 장기전이 부를지도 모를 국민들의 식상감에도
유념,수위조절과 여론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여당은 한전군수의 "관권부정"폭로에 대한 파문이 확대되자 진실을
규명한후 관계자를 엄중 문책,야권의 정치공세를 조기차단한다는 전략을
갖고있다.

사건이 터졌을 당시만해도 여권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개인적 불만
차원에서 터져나온 정치선전극"이라며 대수롭지않게 여겼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금품수수등이 거의 현실로 드러나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기
시작했다.

특히 민자당의 김영삼총재가 사직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엄벌을
촉구한 지난 3일부터 당내 분위기는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급변했고
이제 관심은 그 범위가 어느 선이냐에 쏠리고있다.

임재길연기군지구당위원장과 이종국충남도지사의 문책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있다는게 당의 분위기다.

임위원장은 본인이 비록 금품수수와 관권개입지시를 부인하고있지만
청와대총무수석이라는 전직이 그에게는 정치적으로 불리한 "정황"이
되고있다.

김총재도 대선전략상 임위원장의 정치적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이미
결심한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종국도지사의 경우도 금품수수가 확인되면 어쩔수 없지않느냐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당으로서는 "관권부정"사건의 뒷처리를 잘 못했다가는 "절대절명"의
과제인 정권재창출에도 치명타를 입지않을까 우려하고있다.

특히 YS의 측근들은 "관권개입"이 전국적인 범위에서 이뤄졌다는 일반의
인식이 확산될 경우 야권의 "연내자치단체장선거실시"주장에 엄청난 힘을
주고 그 여파는 단체장선거문제를 떠나 YS의 대선전략자체에 적잖은 차질을
가져올것으로 보고있다.

때문에 이들은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어 대선으로 이어질 불똥을
차단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이같은 주장은 또 이번사건과 YS와는 관계가 없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있다.

3.24총선당시 YS의 오랜 정치적 동지로 당선이 확실시됐던
박희부씨(현국민당의원)를 YS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전청와대수석으로
교체한것 자체가 YS의 면책 사유가 된다고 이들은 보고있다.

YS는 박씨를 봐서라도 적극적으로 부정까지 저지르면서 임씨를 밀수는
없었고 또 총선자금등의 집행은 청와대측이 주도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니냐고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집권당의 총재자리에 있는 YS가 공식적으로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할 입장은 못된다는 점이 YS와 민자당모두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있다.

사태의 조기매듭이 대선감표요인의 극소화라는 시각에서 관계인사의
문책등 여권의 수습책이 가시화된 이후에도 문책의 범위를 놓고 여야간
재격돌 가능성도 없지않다.

<박정호.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