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 무제때의 일이다.

주부언이라는 사람이 무제에게 글을 올려 낭중벼슬을 얻었다. 그는
한햇동안에 네번이나 승진하여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 동료들은 그의 입이
무서워 수천금의 뇌물을 바쳤다. 어떤 사람이 그의 이러한 행위의
부당함을 간하자 그는 "내가 40년동안 공부하느라 부모에겐 자식노릇을
못했고 형제들은 나를 돌봐주지도 않았으며 친구들 또한 나를 버렸다.
나는 이제 늙어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만년에라도 역시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라고 했다.

논리상으로는 옳은 이야기다. 투입과 산출이라는 경제논리로는 말이다.
그런데 그가 도리를 거슬러 시행한다는 뜻의 "역시"라는 어휘를 쓴 것으로
보아 스스로도 수뇌가 부정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음을 볼때 얼마나
자가당착에 빠진 논리인가.

그와같은 논리가 통용되는 사회는 결코 구제받을수 없다.
"플루타르크영웅전"에는 이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 나온다. "뇌물을 받는
버릇은 일단 시작되기가 무섭게 정의를 수호하는 법원도,나라를 지키는
군부도 휩쓸어 결국 나라를 패망하게 만든다. 정의나 무력이 금력을
당할수 없기 때문이다"그만큼 뇌물의 존재가 가공스럽다는 얘기다. 부의
예찬론자였던 애덤 스미스가 "부정이 번식하면 사회는 붕괴한다"고 경고한
처럼 그 폐해는 이루 말할수 없이 대단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이 고사들과는 유형이 다를지 모르지만 뇌물의
병리현상이 만연되어 왔음을 부인할수는 없다. 그 해악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는 역사적 교훈을 모를리 없는 계층의 사람들이 뇌물을 주고 받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수도권지역 주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월드리서치연구소의 "사회부조리 전화여론조사"결과에서 그러한
경향의 일단을 보게된다. 학력이 높고 소득이 많은 상류층일수록 뇌물과
촌지 제공등 사회부조리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층이라면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중산치이상이다. 이
계층의 사람들이 올바른 역사의식과 가치관을 상실했을 때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은 것일수 없다. 요즘 입에 오르내리는 "한국병"치유의
최우선과제도 부패의 병리제거에 있음을 새삼 깨닫게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