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정책을 통한 경제의 연착육이 제대로 되고있는것인가,아니면
경기침체를 우려할 만한 시점인가.

한은이 1일 발표한 "2.4분기국민총생산(GNP)"에 나타난 우리경제의 실상은
이같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계기가 될것같다. 최근의 경제동향을
놓고 성장둔화속에 구조조정이라는 낙관론과 경기침체의 시작이라는
비관론이 맞붙어 불꽃을 튀긴 경기논쟁이 이번 2.4분기 경제성적표가
나옴에 따라 재조명될수있게 됐다.

2.4분기 GNP증가율(경제성장률)6%. 이는 지난 89년 3.4분기 이후
11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반기 전체로 6.7%성장했으나 1.4분기의
7.4%에서 2.4분기에 6%로 떨어진것은 급격한 추락이라고 할수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중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산업생산증가율이 작년 7월의
8.9%보다 낮은 6.2%에 그쳐 경제전체의 규모확장은 더뎌진게 분명하다.

이것만으로 우리경제가 안정국면을 지나 침체의 길로 접어들어가지
않는가하는 우려를 낳을만도하다. 더구나 그동안 경제계가 주장해오던
경제불안이 수치로 판명되면서 논란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공산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장기안정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설비투자가 위축돼 앞으로 지속성장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 6%라는 표지를 뜯어내고 속을 들여다보면 질적인 차원에서
전체적인 성장의 내용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대표적인게 제조업의 탄탄한 성장과 함께 내수과열성장을 주도했던
서비스및 건설업 성장이 크게 둔화됐다는 점이다.

2.4분기 성장률이 6%로 떨어졌음에도 경제의 원동력인 제조업성장률은
1.4분기 7.8%에서 2.4분기 8.6%로 뛰어올랐다. 반면 거품경제의 촉매였던
서비스업은 1.4분기 8.6%에서 2.4분기 7%로 낮아지고 건설업은 마이너스
2.7%로 곤두박질했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성장둔화가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으나 경제의 주춧돌인 제조업은 견실한 성장을 한 셈이다.

한은은 이들 두고 우리경제가 제조업을 주축으로하는 안정성장궤도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우리경제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팽창에 힘입어 비교적 높은
성장을 구가했다. 주택 2백만호건설과 과소비풍조의 만연으로
성장률자체는 높았다. 그러나 물가상승과 국제수지적자라는 부작용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과정에서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잇단 부도사태를
맞게 됐다. 이른바 거품경제의 홍역을 앓기 시작한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들을 치유하기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내수진정을 겨냥한
경제안정정책을 펴기시작했다. 고물가와 국제수지적자를 떠안은채 성장을
지속할수 없다는 판단아래 구조조정을 위한 총수요관리정책의 고삐를
다잡아갔다.

한은은 이같은 노력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는 점을 이번 2.4분기 GNP에서
확인할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6%로 떨어지는 아픔속에서도 서비스와 건설및 소비가 둔화되는등
내수가 진정되고 제조업이 힘을 받고있는 것은 경제안정화시책이 겨냥한
효과 그자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제조업성장이 건설과 서비스업성장을
웃돈것은 연간으로 따져 지난 88년이후 처음이다. 최연종
한은이사는"우리경제가 건설업과 서비스업이 주도하던 성장패턴에서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패턴으로 전환됨으로써 경제의 내실화가 크게
진전되고있다"고 밝혔다.

최이사는 2.4분기 6%는 예상외로 낮은 수준이긴 하나 상반기전체로는
6.7%로 잠재성장률(6.8~7.2%)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이 아닌만큼 불황이나
위기라고는 볼수없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국제수지적자가 개선되는등 거품경제의
부작용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것은 좋은 조짐이라고 한은은 지적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라는 세마리토끼를 다잡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전체성장을 다소 희생시켜가면서 물가와 국제수지를 잡아가는
시점이라고 할수있다.

이런 점에서 성장률6%로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경기침체나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좌승희연구위원은 "GNP성장률이 6%대라고해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제조업이 8.6%의 견실한 성장을 보인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2.4분기 GNP에는 경제의 내실화 진전으로 안도하기엔
경계해야할 부문이 적지않다.

가장 먼저 지적할수있는게 설비투자의 위축이다. 2.4분기 설비투자증가율
4.3%는 88년 2.4분기 1.0%이후 4년만의 최저수준으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바짝 얼어붙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은 "제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전체 성장률 하락자체는 큰 문제가 안될수 있으나 설비투자
위축이 계속될 경우 성장잠재력이 떨어져 장기안정성장을 어렵게 만들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추락과 정치불안이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보고있다. 기업인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꺾는 정책의 혼선이 문제라는 것이다. 투자심리를 북돋울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만 앞으로의 안정성장을 기약할수 있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기약도 실낱같은 희망일뿐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지금을 경기침체로 보고 앞으로도 쉽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낸다. 장시영 제일경제연구소연구위원은 민간에서 제기했던
경기침체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한은과 KDI는 하반기에 성장률이 다소 높아질수 있을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수진정추세속에서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제조업의 성장이
이어지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실현된다면 우리경제는
경기침체의 우려를 벗어던지고 내실성장의 기틀을 더욱 다질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을수 있는 정책과
경제외적인 불안요인제거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