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을 앞두고 공약성 경제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당의 정치논리에
정부측이 벌써부터 흔들리는듯한 모습을 보이고있어 걱정이 쌓여가고 있다.

아직 민자당의 정책요구가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내년도 예산안과
상호지보법제화등 쟁점사안에 대한 당정협의에서 나타난 정부측의 태도로
미루어 향후 경제정책기조가 당의 주장에 좌우될 가능성이 농후해 정책의
표류까지 겹치지않을까하는 우려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추진해왔던 제2이동통신사업자선정조차
백지화되는 마당에 경제정책이 온전할리 있느냐"면서 민자당의 정책방향을
주시하고있다고 밝혔다.

특히 민자당이 차기정부가 지게될 부담을 줄이기위해 대선을 전후해
정책전환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일례로 차기정부가 물가안정을 최대 정책과제로 삼아 그동안 눌러왔던
상하수도요금 교통요금등 인상요인을 안고있는 공공요금의 대폭 현실화를
추진할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6공의 물가안정목표와 상치되는 것이어서
경제정책당국의 시기선택이 관심거리가 되고있다.

또한 그동안 강조해왔던 건설투자진정대책등도 선거를 앞두고
민원해소차원에서 풀릴 가능성이 커 자칫 긴축기조가 허물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있다.

.안정기조의 버팀목이었던 통화정책이 이달초의 급격한 자금경색과
증시침체로인해 신축운용의 이름아래 고삐가 풀릴 조짐이다. 나빠진
자금사정과 허물어지는 증시에도 아랑곳없이 안정기조를 유지하기위해
통화고삐를 죄는게 최선이 아닌것은 분명하지만 풀어진 고삐가 연말 대선과
맞물려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큰 걱정이다.

한은은 이달의 총통화(M )증가율을 당초 18.5%로 잡았다가 월초의
자금경색에 밀려 목표고수를 사실상 포기했다. 이달중 18.5%고수는 이미
물건너갔고 19%이내로만 억제해도 통화관리는 합격점이라는게 실무자들의
견해다.

문제는 추석이 끼인 다음달이다. 추석이 월초(11일)에 걸려있어 추석전에
방출한 자금으로인해 월중 내내 통화수위가 높아질게 뻔한 상황에서 과연
통화관리의 기준시점인 분기말인 9월에 18.5%를 지킬수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일단 이달에는 신축운용하고 다음달에 18.5%를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게 할 경우 3.4분기 전체로 5조원,4.4분기
전체로도 5조원씩의 자금공급이 가능,자금시장에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4.4분기로 넘어가면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정치권등에서 통화공급확대압력이 밀려들 경우 이달의 신축운용이 4.4분기
까지 계속돼 신축운용으로 포장된 통화확대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통화안정기조가 흔들릴 우려가 증폭되는 와중에서 단기적으로는
통화관리가 들쭉날쭉 급변을 거듭하고있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까지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이달 상반월(1 15일)의 지준마감일인 22일
은행들의 지준부족을 해소시키기위해 하루앞서 환매채(RP)를
현금상환했다가 곧바로 24일 4조5천억원을 RP방식으로 묶었다. 이는
지준마감직전의 자금지원으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을 낮추면서 이달의
통화증가율이 19%를 넘지않도록 하기위한 일상적인 통화관리의 하나였다.

한마디로 통화증가율이라는 숫자를 맞추기위해 냉온탕식 통화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은 RP로 자금이 나가자 기업들에대해 당좌대출회수를 독려하고있다.
대기업은 중개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할수 있어 별문제가 없으나 은행권의
당좌대출회수가 자금성수기인 다음달까지 계속될 경우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우려된다. 통화관리의 완화조짐속에 부분적으로는 자금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못해 금리상승등의 부작용까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8.24증시대책으로 은행신탁계정에서 의무적으로 주식을 사도록한 조치로
은행의 기업대출여력이 줄 공산이 크다. 또 증권사 거액RP의
개인거래허용으로 시중자금의 일부가 증권사거액RP로 옮길경우 금융권간의
자금사정도 달라질 소지가 적지않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왜곡까지 초래될 위험도 안고있다.

.확대정책우려의 또다른 요인은 내년예산편성이다. 긴축예산을
편성하겠다던 정부가 민자당의 요구에 따라 내년도 예산규모를 늘려잡고
있어 그간의 긴축정책이 와해되는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정부는 당초 내년도 경상성장률 7%,물가상승 5 6%로 잡아 내년도
예산규모를 올해보다 13%가량 늘릴 계획이었으나 15%증가를 주장하는 당에
밀려 14.6% 증가로 수정했다.

정부와 민자당은 내년 예산규모가 세수전망에 따라 "세입내세출"원칙을
지킨 건전재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누누이 긴축재정을 강조해온 정부가 당의 대선논리에 밀려
"긴축재정"을 "확대재정"으로 전환,긴축의지를 정부 스스로 퇴색시켰다는게
중론.

더욱이 내년에 근로소득세와 중소기업법인세 감면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내년도 내국세 세수를 15.2%나 늘려 잡는등 세수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전망해 앞뒤가 맞지않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금년의 경기침체등으로 과연 내년도 세수가
전망대로 걷힐 것이냐의 문제다.

자칫 세수가 부진,재정적자가 나타나게 되면 예산규모의 확대못지않은
악영향이 우려되기도 한다.

민자당측이 사회간접자본투자등 사업비의 증액보다는 농어촌구조개선
공무원봉급인상 추곡가인상등 선거와 관련된 예산을 늘리도록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앞으로 긴축정책을 추진하는데 애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선으로 인해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지않고 안정기조를 지켜가기 위해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경쟁력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통화관리목표등 거시적인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자금이
애로부문으로 집중될수 있도록 자금흐름을 개선해야 한다는게 경제계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특히 내년부터 회복세를 보일것으로 예상되는 세계경제의 움직임에
대비,설비투자가 촉진될수 있도록 금리인하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경쟁력강화 국제수지개선 물가안정등 서로 상충되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위한 단기대책을 지양하고 구조조정과 성장잠재력배양을 위한
장기대책에 역점을 둔 정책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영균.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