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가 임박함에 따라 국내 화교단체 등 화교사회 전체가 앞으로
닥칠 자신들의 입지변화와 정치 경제적 파장 등을 우려하면서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화교들은 한.중수교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대부분 "예상보다 빨리
현실로 닥쳐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2가에 위치한 서울 화교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에 1만명을 비롯 전국적으로 2만여명의 화교들이 살고 있다.

이들 화교중 98%가 화북지방의 산동성이나 만주사람 또는 그 후손들로
한국에서태어난 2세가 전체 화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방직전만 해도 8만여명에 달했던 화교의 수가 오히려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49년 중국본토가 공산화되면서 본토를 대상으로 해온
무역회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등 상황변화가 생겨 화교들의 취업문이
좁아진 것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본토의 공산화 이후 국내거주 화교들은 자연히 음식점을 경영하는
것외에는 뾰족한 방도를 찾을 수 없게 됐으며 그 나마도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인과의 경쟁에서밀리게 되자 많은 젊은 화교들이 미국과 일본 호주
대만 등으로 잇따라 삶의 터전을 옮겨 점차 수가 줄어들게 됐다.

화교의 대부분은 친대만계여서 한.중 수교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닥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부 화교들은 "화교학교에서 공산주의사상을 가르치는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화교들은 한국보다 앞서 중국과 수교를 했던 미국 일본의
예를들면서 현재의 교육여건 등이 그대로 존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화교협회 직원 허재덕씨(57)는 "아직 정식 수교가 이뤄지기 전이어서
구체적인 얘기는 할 수 없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뒤 "한.중 수교로
인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화교들의 생활여건이 악화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중국어 학원을 경영하는 화교 두모씨(28.여)는
"일본이중국과 수교했을 당시에도 대륙정부에 귀화한 경우는 드물었으며
대부분이 대만국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일본에 남았고 나머지는 아예
일본에 귀화하거나 대만으로 이주해 갔다"면서 "한.중 수교가 이뤄지더라도
화교들이 중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교들 가운데 일부는 "1백명도 채 안되는 친중국계 화교들이 한.중
수교를 계기로 조직강화를 꾀하는 등 특유의 공산주의 활동을 본격화할
경우 한국내에서 친중국계와 친대만계간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