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보도후 외신텔렉스를 타고 대만에서 날아온 사진 한장이
충격을 던져주고있다. 수교에 격분한 대만청년들이 태극기를 불태우며
시위하는 장면이다.

우리정부가 30년우방 대만을 이토록 흥분시켜가면서 한.중수교를 서둘렀던
이유가 아무래도 석연치않다.

정부는 한.중수교에 앞서 중국을 얻고 대만을 잃는데서 오는 실익을
저울질이나 해봤는지 묻고싶다.

우리에게 있어 대만은 아직도 중국이상의 경제적 중요성이 있다.

한국 대만은 경제발전단계나 산업구조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상호
보완성이 커 양국간 교역이 꾸준히 늘고있다. 우리와 대만은

대일무역적자를 해소하기위해 필요물자를 상호 수입한다는 전략도
추진해왔다. 대만의 6개년(91 96년)국가건설계획과 함께 양국간
경제협력은 무역위주에서 프로젝트사업으로 발전하고있다.

한국 대만외교관계가 단절된다면 결국 이같은 황금시장을 잃게되는
셈이다. 더욱이 중국과의 수교대가로 막대한 경협자금을 지불하리라는
일부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대만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것은 최근의
국제관계에서 볼때 시류에 역행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과거 중국과의 수교와 함께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던 서방국가들은
최근들어 대만의 경제적 위치를 고려,오히려 실질적인 관계정상화에 적극
나서고있다. 나카라과가 중국을 버리고 대만을 택한게 그 한 예이다.

한.중수교와 관련,대만은 이미 우리측에 "두개의 중국론"을 제시했었다.
중국과는 경제관계를,대만과는 정치관계를 유지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의 선린관계를 고집하고있다. 그럼에도 우리정부는
북방정책이라는 스케줄에 묶여 대만의 감정을 촉발시키면서까지 중국과의
어깨동무를 구걸했다는 비난을 면할수 없게됐다.

이런점에서 올초 중국과 수교했던 싱가포르의 경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는 대중관계회복에 앞서 수뇌급 인사의 잇따른
북경대북방문을 통해 대만의 불만을 무마시켰다. 장기간에 걸친
외교결실이다.

대만의 호감을 사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킨 싱가포르의 의연하고
치밀했던 외교자세가 아쉽다.

<한우덕기자>